[정가&] 與 부울경 인사들 잇단 탈당·야당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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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보증수표 아니다" 새누리 떠나는 PK 정치인들

새누리당이 막강 파워를 과시하던 시절이 있었다. 새누리당 공천장은 당선의 '보증수표'였고, 당직(黨職)은 출세의 지름길과도 같았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울산·경남(PK)은 더욱 그랬다. PK 정치 지망생들은 새누리당 공천을 받기 위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를 부나방처럼 몰려 들기도 했다. 그처럼 새누리당은 PK에서 '영원한 제국'처럼 보였다.

지난 총선 양산갑 경선 참여
김성훈 후보 더민주 입당

김태호 전 지사 동생 김창호 씨
"다른 길 가고 싶다" 탈당

배관구, 국민의당으로
김한선, 더민주 조직책 응모

이례적 당적 이탈 러시
"PK 정치, 아무 대책 없어"

하지만 요즘 새누리당 PK정치권을 보면 '권불십년'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자기 계발과 혁신없이 타성에 젖어 있는 정당이 계속 '1등'의 지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때 새누리당에 몸담았거나 공천을 신청했던 인사들이 속속 새누리당을 떠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경남 양산갑 후보경선에 참여했던 김성훈 기업분쟁연구소 조정심의위원장이 24일 새누리당을 떠나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그는 이날 양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더민주에서 불행한 양산의 정치역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책과 정치를 통해 시민이 신뢰하고 지역이 화합할 수 있는 새역사를 새로운 동지들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경남 거창군수 보궐선거 당시 새누리당 경선에 참여했던 김창호 전 수석부대변인도 지난 8일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동생이기도 한 김 전 부대변인은 지인들에게 보낸 탈당 인사를 통해 "지금까지 걸어보지 않은 정치적 길을 선택해 볼까 한다"며 "항상 민심을 두려워하는 정치, 미래세대에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아니라도 정치를 할 수 있는 길이 많다"고 했다. 심지어 자신은 새누리당과 '궁합'이 맞지 않다고도 했다.

20대 총선 때 부산 사하을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던 배관구 전 사하구의원은 최근 국민의당 사하을 지역위원장으로 선정됐다.

역시 부산 기장에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던 김한선 전 육군 53사단장은 더민주 지역위원장 조직책 신청에 응모하기도 했다. 비록 김 전 단장이 더민주 조직책에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새누리당으로부터 마음이 떠났다는 얘기다.

총선이나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적을 변경하는 경우는 흔하다. 자기가 원했던 당에서 공천을 못받아 마지못해 다른 당에서 재기를 모색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처럼 선거를 한창 남겨 놓은 상황에서 당적을 이탈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PK에서 새누리당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서병수 부산시장이 무소속 오거돈 후보에게 간신히 승리하고,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하면서 '새누리당 공천=당선'이란 공식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음이 입증됐다.

심지어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 조차 "새누리당 당적을 계속 유지하는게 다음 총선에서 재기하는데 도움이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새누리당은 아무런 대책도 없다. "PK 민심을 잡는 자가 내년 대권을 거머쥔다"는 예측이 정설처럼 나돌고 있는데도 새누리당은 PK 정치인들의 '연쇄 이탈'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뜻있는 인사들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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