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건축 이야기] 2. 자유공간 파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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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듯, 층마다 다른 풍광

자유공간 파티오의 내부 공간은 외부로 흘러나오며, 외부 공간은 내부 공간으로 흘러들어 간다. 그동안 가로막혀 보이지 않았던 자연을 거주자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고심의 결과물이다. 건축사진작가 윤준환 제공

라움건축 대표 오신욱은 가끔 "산에 오르듯 건축을 오를 것이다"라는 말을 한다.

그의 대표작인 반쪽집, 마로인사옥, 옥상라움, O+A 같은 건축물들을 보면 수직적인 개념에 의한 설계작들이다. 한층 한층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여태껏 감추어져 있던 주위 자연들이 한꺼풀 한꺼풀 벗겨지면서 사람들에게 나타난다. 땅의 생긴 형태 그대로 마치 주물을 불어넣듯 공간 뼈대를 구성하고 난 다음에 빈 공간들의 배치를 세밀하게 고민한다.

하늘로 향해 있는 '중정'
수평으로 열린 '발코니'
'자유공간'이란 의미 완성

땅의 형태대로 뼈대 구성
빈터 활용해 세밀한 배치

사생활 보호되는 열린 공간
입주민 교류 자연스레 확대

획일적 아파트의 대안 제시


대개는 공적 공간인 마당과 옥상을 우선 마련해놓고 빈자리에 거주 공간을 배치한다. 경사지가 대부분인 부산의 독특한 지형 특성을 받아들인 결과다.

부산 금정구 남산동 962-1에 위치한 다세대주택인 파티오(Patio·자유공간)도 그러한 배려의 결과다. 기능적인 상품으로 포장된 여느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과는 다르다. 하늘을 향해 수직적으로 열려있는 중정과 수평적으로 열려있는 베란다와 발코니 공간들이 만나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는 자유공간이라는 파티오의 의미를 완성시킨다.

오신욱은 "서구에서 최고의 공간으로 선호되는 테라스와 발코니가 우리 도시에서는 유리로 막히거나, 확장돼 고유의 색깔이 차츰 사라지고 있다"며 "테라스나 발코니를 외부로 확장해 우리의 삶과 함께 지속될 수 있는 파티오를 만들어 사용해보자는 의도"라며 설계 콘셉트를 설명한다. 어쩔 수 없이 도시속에 살아야 하지만 거주자가 열린 자연을 가능하면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는 의미다. 같은 주거지에 사는 거주자들의 연결은 물론 바로 곁에 있는 자연과의 연결를 끊임없이 시도했다.

열린 공간이지만 세대별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일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래서 세입자들은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거주하는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 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만남도 자연스레 이뤄진다. 집 안에서 벽만 쳐다보며 살고 집 밖에서도 벽을 보고 식사를 하는 외톨이 사회로 전락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그는 관계의 망을 열어주었다. 바깥에 나오면 자연스레 비와 바람을 맞을 수 있다. 일반인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다양한 자연의 의미들 사이에 개입해 바람직한 '사회적 의미'들을 생산하는 것이다. 예술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인 자연에 내장된 진리를 끄집어내어 여과없이 보여주는 건축적 행위인 것이다. 

자유공간 파티오의 내부 공간
오신욱은 그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많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건축적 판타지를 우리가 향유할 수있는 대상으로 잘 가다듬을 줄 아는 건축가다.

그가 시도하는 건축물들은 처음에는 낯설지만 나중에 차츰 영향을 끼쳐 주위 풍경에 바람직한 변화를 준다. 단순한 전달로 종결되는 게 아니라, 주위를 변화시키는 착한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생성하는 것이다. 자유공간 파티오가 삭막한 아파트 위주의 도시 공간에 어떤 실낱 같은 희망과 대안이 될 수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박태성 선임기자 pt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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