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에서 마주한 맛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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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골'에서 녹차수육, 명태구이찜, 닭찜을 올리고 '함양 전주'까지 곁들이니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

서면에는 사람도 많고 맛있는 음식점도 많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할지 더 고민이 된다. 세대차 나는 박 부장과 박 기자가 각자의 스타일에 맞는 맛집을 찾아 나섰다.

각각 두메산골 함양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복사골', 스페인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부엔디아(Buen dia)'를 소개한다. 굳이 이렇게 소개하는 이유가 사실 하나 있다. 가끔은 다른 분위기도 즐겨보시라는 뜻이다.

박 부장의 선택 - 복사골

"한 상 가득 차려 내오는
산 좋고 물 좋은 함양 음식

녹차 수육에 무말랭이 얹어
입에 넣으니 그 맛이!

세상에, 서면 번화가에
이런 곳이 있더라니까요"


"부산 제일 번화가 서면에 이런 곳이 숨어 있었나?" 전통 음식점 '복사골'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서면에서 이렇게 토속적인 공간을 만날 줄 몰랐다.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한참 이동한 느낌이었다. 2014년 '부산진구의 멋있는 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나이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달라질 수는 있겠다.

복사골 도상순 대표는 중학교 때까지 함양에 살았다. 꿈에도 그리던 고향 함양의 맛과 분위기를 여기로 옮겨왔다. 함양이 대체 어떤 곳이길래? "'우 함양, 좌 안동'이란 말을 모르시오?" 함양은 물 좋고, 산 좋고, 뼈대 있는 선비의 고장이다. 수라상에 오르는 영남의 여러 특산물이 거쳐 가며 식재료 시장이 형성되던 지역이기도 했다.

녹차수육, 명태구이찜, 닭찜을 올리니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 녹차가루 등 8가지 재료를 넣고 삶았다는 녹차수육에 고소한 손두부와 무말랭이를 얹었다. 즐거움이 한입 가득 들어온다. 좀 맵싸한 명태찜에는 싱싱한 함양 양파가 가득하다. 다들 빼어난 안주거리다. '함양 전주'까지 곁들여 부담 없이 한잔하기에도 좋다. 묵은지의 깊은 맛, 오이지의 청신한 맛이 일품이다. 도시에서 오래 살았지만 어쩔 수 없는 촌사람임을 입맛이 증언했다. 

점심으로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먹으러 한 번 더 다녀왔다. 촌된장과 오래된 김치가 버티는데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올해 82세인 도 대표의 어머니가 함양에 계신다. 그가 고추장, 된장, 간장, 김치, 깻잎, 무말랭이까지 만들어 보내주신다. 복사골 직원 일동으로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시고, 더욱 행복하소서'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복사골은 '함양 종합선물세트' 같다. 도 대표는 "복사골은 복숭아꽃이 활짝 피어 청춘남녀가 모여드는 곳이라는 의미다. 젊은 층도 우리 맛의 가치를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실 여기 닭찜의 주 고객층은 알고 찾아오는 젊은 여성들이다. 개업 때부터 11년째 변함 없이 나눠주고 있다는 성냥, 오랜만에 보니 너 참 반갑다.

녹차수육 4만 원, 명태구이찜 2만 원, 닭찜 3만 5000원. 점심특선 꽃게된장찌개·김치찌개 7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일요일 휴무. 부산 부산진구 서면로68번길 16(부전동). 삼오정 앞 2층. 051-806-7145.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캐리커처=조소라 프리랜서 soraaj@naver.com 
박 기자의 선택 - 부엔디아

"사프란으로 지은 밥이
누룽지처럼 눌어 맛이 일품

하몽과 치즈가 들어가
와인 부르는 샐러드까지…

부산서 느끼는 스페인이네요!"
'부엔디아'에서는 스페인식 볶음밥인 파에야를 즐길 수 있다. 하몽이 들어간 샐러드도 별미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뜻의 '부엔디아'는 우미혜(31) 대표가 운영하는 스페인 요리 전문점이다.

우 대표는 고등학교 때부터 요리 공부를 시작했다. 20대를 해외 여러 호텔에서 셰프로 일하며 요리에 빠져 지냈다. 평소 좋아하는 스페인 요리를 공부하고 싶었다. 함께 일하던 셰프의 추천으로 스페인 현지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고 한국으로 돌아와 가게를 시작했다.

'해산물 파에야'는 2인분부터 주문할 수 있다. 향신료인 사프란을 넣고 만드는 볶음밥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사프란을 넣어 지은 황금색의 밥은 색깔도 예쁘지만 향긋한 향이 기분을 좋게 만든다. 밥 위에 올려진 새우, 갑오징어, 홍합에 레몬을 뿌리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정통 파에야는 쌀이 덜 익었나 싶을 정도의 식감으로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한국식으로 쌀을 조금 더 익혀낸다. 파에야는 전용 팬에서 재료를 볶아내고 밥을 그대로 익히는 방식으로 요리한다. 이렇게 하면 팬에 밥이 눌어붙게 된다. 누룽지를 고소하게 떼어먹는 재미가 있다.

돼지 뒷다리 부분을 숙성시켜 만든 스페인 햄인 하몽을 넣어 만든 '하몽 샐러드'도 별미이다. 짭조름하고 감칠맛 나는 하몽, 치즈, 채소가 상큼한 유자 소스와 만나니 와인을 부른다. 파에야, 샐러드, 와인이 세트로 구성된 메뉴를 먹을 걸, 뒤늦은 후회를 했다.

하 대표는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들고 싶어 일 년에 한 번은 스페인으로 직접 간다. 현지 맛집도 찾아가고 필요한 재료와 그릇도 직접 사 온다. 스페인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전포동 부엔디아로 떠나보자.

해산물 파에야·먹물 파에야·초리초 파에야·치킨 파에야 2만 8000원, 토마토 홍합찜·깔라마리 프리타스 1만 2000원, 감바스 알 아히요 피칸테·하몽 샐러드 1만 원. 영업시간 정오~오후 10시. 수요일 휴무. 부산 부산진구 서전로46번길 64(전포동). 010-5493-5766.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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