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566> 낙동강 에코트레일 10. 상주 경천교~구미 일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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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강·들' 3色 테마길에서 잠시 더위를 식히고…

잠시 둑 아래로 내려왔을 뿐인데 낙동강은 푸른 초원을 보여 주었다. 상주보 안내소에서 강창교까지는 자전거 길을 버리고 풀밭 사이로 난 산책로로 걸었는데 이색적인 풍경에 황홀했다.

불볕더위가 대수랴. 이 푹푹 찌는 여름, 뭐가 중한지 깊은 고민은 하지 않았다. 길은 낙동강을 따라 아래로 흐르고 있고, 길손들은 그 길 위에 서야 했다. 상주 경천교에서 구미 일선교까지 이어지는 37.5㎞, 근 100리 길을 1박 2일 동안 걸었다. 단조로운 자전거 길을 피하러 찾아간 상주 MRF 물소리길은 숲 속이라 강한 햇볕을 가릴 수 있어 좋았다. MRF란 산길(Mountain Road)·강길(River Road)·들길(Field Road)을 걷는 상주의 길이다. 낙단교를 건너 구미시에 들어서서야 10구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상주 'MRF 물소리길' 상쾌
경천섬공원 물안개 청량감
폭염에 숲 그늘 짙어 위안
트레일 구간 절반 지나 뿌듯



■저기 푸른 초원


새벽에 길을 나섰다. 처음 계획은 시원한 아침과 저녁나절을 이용해서 많이 걷고, 햇볕이 따가운 한낮에는 충분히 쉬자는 것이었다. 계획은 멋졌고, 출발은 좋았다. 결론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길을 나서자마자 국립낙동강 생물자원관이 있다. 이른 아침이라 나중에 들러야 했다. 경천섬공원에 핀 물안개는 청량감이 들었다. 경천섬 입구 길 건너편에 멋진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 건물은 커다란 자전거 형상이다. 괜히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낙동강 에코트레일 10구간은 경천교를 출발하여 상주보 쉼터~강창교 낙동강 생명의 숲 3호공원 쉼터~MRF 물소리길~상주시 축산환경사업소~201봉 전망대~중동교~물량쉼터~낙단교~구미·의성 경계~가산양수장~자전거 휴게소~월림교~신곡교~신림교~일선교까지 37.5㎞를 1박 2일 동안 걸었다.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하면 주변 관광도 곁들이면서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는 코스다. 이틀 동안 걸은 시간은 긴 휴식 시간을 포함해서 14시간 45분이다.

도남서원이 있다. 1606년 창건한 도남서원은 정몽주, 김굉필, 정여창 선생 등 아홉 선생을 모신단다. 도남서원에서 상주보 쉼터까지 단숨에 걸었다. 상주보 쉼터 광장은 넓었다. 텐트 몇 동이 설치돼 있다. 벌써 햇볕이 따가워지기 시작한다. 시작부터 만만찮은 더위를 예고한다.

상주보를 건너니 커다란 안내판이 보인다. '낙동강 투어 로드 안내도'다. 유심히 살피니 강창교에서 중동교까지 자전거 길이 아닌 'MRF'길이 있다. 포장된 자전거 길보다 산길이 낫겠다 싶어 쾌재를 불렀다.

상주보에서 강창교까지도 자전거 길을 버리고 강변으로 내려섰다. 흡사 몽골 초원에 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 둑에서 불과 몇 m를 내려왔을 뿐인데 풍경이 달라졌다. 초원의 메뚜기는 낯선 방문자의 발길에 놀라 후두둑 뛰어올랐다.

강창교 입구 낙동강 3호공원 2층 정자.
■MRF길을 맛보다

강창나루공원을 지나 강창교 입구 낙동강 생명의 숲 3호공원에 도착했다. 이층 정자가 있어 아오리 사과를 깨물며 편하게 쉬었다. 그런데 주변 풀밭에 누군가 수박을 먹고 껍질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았다. 하천살리기 시민운동본부 강호열 사무국장이 휴식을 마치고 내려가더니 흩어진 수박껍질을 일일이 모아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환경 운동을 하는 사람의 실천력은 대단했다.

일정이 있어 내려가는 강 국장 일행과 헤어지고 강창교를 건넜다. 상주 MRF 길은 이정표가 있어 입구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산길이 희미해져 그만 길이 넓은 묘지 쪽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길을 잃었을 땐 출발지로 돌아 나오는 것이 정답이라고 황계복 산행대장이 말했다. 되돌아나오니 반듯한 길이 산 위쪽으로 나 있었다.

상주보 공터 안내판에서 본 MRF 안내도 그림은 평면이어서 편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물소리길은 등산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숲 그늘이 짙어 위안이 되었다. 작은 야산 하나를 올랐다가 둑길로 내려섰다. 상주시 축산환경사업소가 보였다. 그런데 앞에는 장천이 흐르고 있었다. 이정표는 장천을 건너는 것인데 어디에도 징검다리나 구조물이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상주시 문화융성과에 항의성 전화를 하니 담당자는 "낙단보가 생겨 낙동강 수위가 오르면서 실개천이던 것이 깊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래도 장천의 물이 너무 맑아 수고롭지만 등산화를 벗고 건넜다. 덕분에 시원해졌다.

둑길이 한동안 이어지더니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이정표처럼 서 있다. 다시 산길로 접어들었다. 201봉 전망대까지는 숨이 턱에 차면 쉬고, 기운을 차리면 걷기를 반복했다. 더위에 걸음이 많이 느려졌다.

중동교에서부터 자전거 길을 만났다. 물량리 둑길은 달아오를 대로 달궈져 뜨거웠다. 지붕이 있는 물량쉼터에서 오래 쉬었다. 기운을 내 다시 길을 나섰다. 낙단교까지는 자전거 길이 강 가까이 붙었다가 또 숲길로 이어져 걸을 만했다.
정몽주, 김굉필, 이황 선생 등을 모신 도남서원.
■한 줌 그늘이 고맙다

낙단교는 상주시 낙동면 낙동리에 있다. 낙동강과 이름이 같은 곳이 이곳 낙동면이다. 인근 식당에서 시원한 콩국수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몸에 잔뜩 오른 열기를 식히려 식당 에어컨을 최대한 활용했다. 낙단보를 건너가니 의성군. 강둑으로 난 트레일을 따라 걷는데 '구미 1.4㎞'라는 이정표가 있다. 강원도 태백 황지에서부터 지나온 길이 떠올랐다. 어느새 전체 구간의 절반 지점을 걷고 있다.

가산제 입구 다리 밑에서 쉬는데 자전거를 타고 북상하던 팀도 멈춘다. 수원 자전거 동호회로 이틀 전 부산에서 출발하여 인천까지 간다고 했다. 걷는 취재팀을 보고 "왜 자전거를 안 타냐"며 궁금해했다.

산행대장이 "자전거 살 돈이 없어 그렇다"고 농담을 했더니, 진지하게 "자전거를 타고 가면 빠르고, 상쾌하다"며 재차 권했다. 다만, 엉덩이가 무척 아프다고 하긴 했다.

자전거 동호인들과 헤어지고 긴 둑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성장이 시원찮은 느티나무며 이팝나무가 그래도 한 줌 그늘을 만들어준다. 그늘을 통과할 때는 그래도 시원하다. 반복되는 좁은 그늘을 차곡차곡 쟁여가는 느낌으로 걸었다. 의성군 경계를 넘어 구미시에 들어섰다. 월림교까지 마저 걷고 하루를 마쳤다.

다음날 월림교에서 다시 시작한다. 온몸이 찌뿌듯하다. 밤새 에어컨을 틀어놔서 목도 칼칼하다. 달맞이꽃과 연꽃이 아침을 밝힌다. 도개하수처리장 담장은 재활용 페트병으로 만든 바람개비가 달려 있다. 선산대교 아래를 지나니 일선교가 보인다. 일선교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때 만든 것으로 1967년 개통식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했다. 다리 초입에 박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새겨진 준공기념비가 있다. 10구간이 끝났다. 문의:황계복 산행대장 010-3887-4155. 라이프부 051-461-4094.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취재 협조=낙동강유역환경청
▲ 낙동강 에코트레일 10구간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낙동강 에코트레일 10구간 구글어스 지도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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