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보다 주민 마음이 더 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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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 화명한일유앤아이아파트 동대표들이 사비를 들여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화명한일유앤아이아파트 제공

23일 부산 북구 화명한일유앤아이 아파트 경비원 김판곤(76) 씨는 순찰을 마치고 경비실에 들어와 에어컨 리모컨을 누르며 미소를 지었다. 밖은 찜통이었지만 경비실 안은 금세 시원해졌다. 김 씨는 "8년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에어컨 바람을 쐬며 일하기는 처음"이라며 "주민들의 마음 씀씀이가 더 시원하다"고 웃었다.

화명한일유앤아이아파트
입대위 회장·동대표 7명
사비로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

이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된 것은 바로 전날인 22일. 그동안 경비원들은 폭염뿐만 아니라 CCTV 모니터 등 기계에서 나오는 열기와도 씨름해야 했다. 하지만 경비실에는 선풍기 한 대뿐. 그래서 여름철 경비실 온도는 40도에 육박했다.

폭염에 경비원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김성택 입주자대표회장과 동대표 7명은 에어컨을 경비실에 설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있었다. 공금을 쓰려면 매월 셋째 주에 열리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절차를 거쳐야 했던 것이다. 한달을 기다리면 이미 더위는 물러난 뒤다.

그렇다고 공금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노릇. 경기도 수원시 모 아파트는 회의를 거치지 않은 채 에어컨을 공금으로 설치했다며 에어컨을 뜯어버리는 일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 회장이 생각한 방법은 경비실 4곳에 설치될 에어컨 비용 150만 원을 동대표들이 분담하는 것이었다. 동대표들도 '쿨'하게 사비를 내기로 했다.

김 회장은 "아버지가 경비원으로 일한 적이 있어서 경비원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도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1200여 세대가 200원만 부담해도 경비원들이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다"며 "고생하는 경비원들께 음료수 하나 사드린 셈 치겠다고 하는 입주민들이 많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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