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 설치하는 '미니 태양광발전' 전기료 고지서 받고 남몰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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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폭탄' 파동에 전기 절약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실천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가정용 태양광발전 시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250와트(W) '미니 태양광발전'을 아파트 4층 베란다에 설치한 김희순 씨가 활짝 웃고 있는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올여름 폭염에 따른 전기 요금 폭등은 사람들로 하여금 에너지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우리가 근본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목은 전기 요금 누진제보다 기후 위기. 하지만 기후 변화라는 문제가 상대적으로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데 비해 누진제에 따른 '전기 요금 폭탄'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어서 사람들의 관심은 후자에 집중되는 형국이다. 출발점은 어찌 됐든, 전기 요금 폭탄이 현실화되면서 가정용 태양광발전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올 3월 '미니 태양광발전'을 베란다에 설치한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김희순(62) 씨 집을 찾아갔다. 그는 지난 18일 전기 요금 고지서를 받고 '기뻤다'고 한다. 그가 남몰래 웃을 수 있었던 사연을 들어 본다.

에어컨에 선풍기 5대
각종 전기제품 다 틀고도
한 달 전기요금 5만 3280원

미니 태양광 발전 이용한 뒤
매달 1만~1만 5000원 절약
나만의 '요금폭탄' 피하는 법


■고지서 받고 얼마나 기분 좋던지…

김 씨가 살고 있는 곳은 40평 아파트의 4층. 회사원인 남편과 직장에 다니는 두 자녀까지 모두 네 식구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달 초엔 생후 7개월 된 손주까지 1주일가량 와 있어서 밤낮으로 에어컨을 가동했다고 한다.

"어제아래(그저께) 고지서 받고 얼마나 기분 좋던지…. 이래 좋은 걸 사람들이 와 안 하는지 모르겠다카이."

지난달 5일부터 이달 5일까지 김 씨 집에 부과된 전기 요금은 5만 3280원. 총 312㎾를 사용해서 300㎾부터 적용되는 4단계 구간에 '진입'하는 바람에 요금이 조금 더 올라간 감은 있다. 하지만 김 씨 집에서 현재 사용 중인 각종 전자 기기를 감안하면 이 정도는 약과다.

"300㎾ 이하였으면 기본요금 1600원으로 계산됐을 텐데 아슬아슬하게 300㎾가 넘는 바람에 3850원이 적용돼 요금이 확 올랐어요. 그래도 전기를 많이 쓴 것 치고는 적게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다 태양광 덕분이라니까요."

김 씨 집에선 도대체 어느 정도의 전자 기기를 사용 중이길래 이 정도가 적게 나온 것일까 싶어서 살폈다.

정말 더워서 견디기 힘들 때만 켰다고 하지만 에어컨도 있고, 방마다 있는 선풍기는 총 5대, TV가 3대, 퍼스널 컴퓨터와 노트북컴퓨터 총 2대,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가 각각 1대, 최근 하나를 처분하고도 2개인 김치냉장고 등 온 집이 '전기 먹는 하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다 식구들의 못마땅한 전기 소비 행태까지 도마에 올랐다.

"요새 젊은 사람들은 드라이도 맨날 해야 되고, 식구 숫자대로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은 밤마다 충전하고, 남편은 TV를 밤새 틀어 놓을 때도 있다니까요."

김 씨가 이달에 받은 전기 요금 고지서.
■미니 태양광발전 덕분에 마음가짐 달라져

그런데 어떻게 해서 김 씨 집 전기 요금이 5만~6만 원대에서 그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다름 아니라 베란다에 설치한 '미니 태양광발전' 설비와 그 이후 완전히 달라진 김 씨의 전기 절약 습관.

"지난 겨울(2월) 10만 원이 훌쩍 넘는 전기 요금 '폭탄'을 맞고 나서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오죽했으면 한전까지 찾아갔다니까요. 그러다가 아는 사람이 태양광발전기를 달면 전기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길래 신청하게 된 거죠. 그때가 3월 10일이었어요."

이후 김 씨네 전기 요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4월 8만 9350원, 5월 3만 8560원, 6월 6만 5720원, 7월 6만 1260원, 8월 5만 3280원 등으로 조금은 들쭉날쭉해도 겨울보다는 확실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미니 태양광발전으로는 한 달 내내 전기 요금을 줄여 봐야 1만~1만 5000원 정도. 하지만 김 씨는 미니 태양광발전 설비를 집안에 들이고 난 후 마음가짐이 가장 달라졌다고 한다.

"사람들은 1만 원이나 1만 5000원을 아주 쉽게 생각해요. '한 달에 그것 줄여서 뭐 하겠노?'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공짜로 남아도는 햇볕 모아서 돈도 절약할 수 있으면 대단한 것 아닌가요?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고 설비도 간단해요. 베란다 창밖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모듈)이 전부예요. 남자 두 사람이 와서 설치를 하는데 정말 야무지게 하더라고요. 이따금 '전기요금측정기'가 잘 작동하는지만 살펴봐요."

김 씨가 말한 '전기요금측정기'는 태양광 모듈을 통해서 만들어진 햇볕 에너지가 '인버터'라는 기기를 통해서 전력으로 변환돼 곧바로 사용 가능한 전력량을 눈으로 보여 준다. 미니 태양광발전이 생산하는 전력이 냉장고 등 집안의 전자 제품 대기전력만 감당해 줘도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김 씨의 변화는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전기요금측정기를 통해 매일매일 새로운 전기가 생겨나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서 신기하고 더욱더 전기를 아껴야 하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더란다.

"전기 요금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덜 쓰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눈에 보이는 대로 스위치는 끄고, 전기 코드는 뽑았어요. 정수기의 뜨거운 물은 끄고 찬물만 나오게 했고요, 전기밥솥은 압력밥솥으로 바꿨어요. 자식들한테도 전기나 물을 아끼라는 교육을 끊임없이 시키게 돼요."

태양광 홍보대사가 따로 없었다. 김 씨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미니 태양광 설치를 권유했다. 하지만 생각 밖으로 사람들이 김 씨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자 안타까웠다고도 했다. 그런데 지난달과 이달 들어서 전기 요금 폭탄을 경험하게 된 이들이 김 씨 이야기에 서서히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사돈과 동서, 아들 친구까지 5가정에서 미니 태양광 신청을 했다.

김 씨 집을 떠나기에 앞서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해 달라니까 자동으로 그의 입에서 나온 말도 "생활에 보탬 되는 태양광 설치 빨리빨리 하세요~"였다. 그의 말을 이젠 우리가 귀담아들을 차례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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