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선수금 돌려주고 반잠수식 시추선 떠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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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발주처가 계약을 취소한 반잠수식 시추선의 선수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대신 시추선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재매각을 추진할 방침이지만, 해양플랜트 수요가 사라진 상황에서 건조대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소유권 넘겨받아 재매각
건조대금 회수엔 불투명

23일 현대중공업과 노르웨이의 프레드 올센 에너지에 따르면 두 회사는 반잠수식 시추선 '볼스타 돌핀' 프로젝트를 둘러싼 중재를 종결하기로 합의했다.

합의내용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시추선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대가로 선주사로부터 받은 선수금 1억 7600만 달러(약 1982억원)를 돌려주기로 했다. 볼스타 돌핀은 현대중공업이 2012년 5월 수주한 6억 2000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다.

애초 현대중공업은 이 시추선을 군산조선소에서 건조해 지난해 3월 인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양 사 사이에서는 설계변경, 인도 지연 등의 쟁점이 불거졌고, 이 과정에서 런던해사중재인협회(LMAA)에의 중재 신청, 손해배상 청구 등이 제기됐다.

결국 양사는 이번에 상대방에 대한 중재 신청을 철회하고, 현대중공업은 요구금액 중 1억 7600만 달러만 돌려주기로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재까지 가면 서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조금씩 양보하면서 원만하게 합의했다"며 "소유권 문제가 해결되면서 매각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고 발주처와 관계도 유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선주사가 선수금 반환을 요구한 지난해 3분기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해 2200억 원을 실적에 이미 반영했기 때문에 새로운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어쩔 수 없이 떠안게 된 시추선을 제3자에게 팔거나 임대할 방침이다.

중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소유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매각 등을 추진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시추선을 처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현재 시황이 좋지 않아 시추선에 대한 수요가 있을지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원래 계약했던 금액만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선주사의 일방적인 계약 취소가 올해 들어 계속되고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에만 두 차례 선주사로부터 선박 건조계약 취소를 통보받았다. 이주환 기자 j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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