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보수공사 하더니… 결국 뜯어내는 '땜질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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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 하단캠퍼스 앞 '젊음의 거리'에 설치된 화강암 타일 바닥이 꺼지고 틀어지는 등 문제가 반복돼 곧 다른 공법으로 재시공될 예정이다.이재찬 기자 chan@

부산지역 한 구청이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도로 일부 구간을 5년도 채 되지 않아 재시공하기로 해 '전시성 행정'에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사 초기에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도로를 만들어 들이지 않아도 될 부분 재시공 예산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부산 사하구청은 사하구 하단동 동아대 앞 '젊음의 거리'의 화강암 도로 440m 구간을 이달 중 철거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사하구청은 화강암 타일 형식으로 된 도로 포장을 걷어 내고 콘크리트 도로에 아스콘을 덧바른 뒤 타일 문양을 찍는 방식으로 도로를 바꿀 계획이다. 기존 화강암 타일 무늬와 외적으로는 큰 차이 없이 만든다는 구상이다. 시공비 4000만 원과 재료비 3000만 원 등을 포함해 모두 95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공사는 동아대 개학 전 주말 등을 이용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동아대 앞 젊음의 거리
화강암 도로 440m 철거키로
2012년 수십억 들여 포장
초기 공사 부실로 계속 꺼져
밑 빠진 독에 혈세 부은 셈

2012년 공사 초기부터 젊음의 거리에는 50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사하구청은 2012년부터 동아대 승학캠퍼스~에덴공원~하단오거리 2.6㎞ 구간을 '젊음의 거리'로 지정, 도로를 화강암으로 포장했다. 국비 25억 원, 시비 12억 5000만 원, 구비 12억 5000만 원이 투입됐다. 화강암이 기존 시멘트보다 4배 이상 비싼 탓에 예산도 많이 들었다. 구청은 예산이 많이 들고 시멘트 등에 비해 재질이 강하지 않은 화강암을 '젊음의 거리'라는 도로 이미지를 위해 자재로 선택했다.

하지만 공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4년 10월 무렵부터 동아대 정문 일방통행로 400m 구간의 화강암 타일이 움푹 꺼지고 틀어졌다. 주변 상인들이나 차량 운전자들로부터 민원이 쏟아졌다. 불규칙한 도로 포장으로 인해 사고 위험성도 제기됐다. 이에 사하구청은 동아대를 드나들던 공사 차량 탓에 도로가 망가졌다고 분석하고 2014년 말 동아대 신축공사 시공사 주도로 화강암 블록을 새로 깔았다. 하지만 기초공사 부실 탓인지 불과 1년여 만인 올해 초 이 구간에 재시공된 화강암 타일이 여러 구간에서 움푹 꺼졌다.

젊음의 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52) 씨는 "새로 돌을 깔아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건 초기 공사가 잘못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초기에 잘못해 놓고 밑 빠진 독에 계속 예산을 부은 셈이다"고 말했다.

사하구청은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감수하고도 화강암을 걷어내는 공사를 강행할 계획이다. 사하구청 관계자는 "하단오거리 일대 2.6㎞ 구간 중 유독 동아대 진입로 부분만 화강암이 깨지거나 들리는 현상이 생겨 어쩔 수 없이 다시 공사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이른 시일 안에 화강암을 걷어내고 문양을 찍어 통행과 주변 상가의 영업 등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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