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전성시대' 부산 창업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편의점이라고 편안하게 개업했다간 낭패 봅니다

바야흐로 편의점 전성시대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전통의 유통 강자들이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편의점은 홀로 매출액과 점포 수에서 폭발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창업 3년 내 절반 이상이 폐업하는 '자영업의 무덤'에 갇힌 사람들이 편의점 개설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국내 편의점 3만 개 돌파… 부산도 증가세
점포당 인구수 16개 구·군 중 '영도' 최다
창업과밀지수로 동별 세밀한 위험도 분석
상권·투자비용·가맹비 꼼꼼히 따져 봐야


그러나 편의점 창업이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포화 상태'를 넘어섰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과연 부산에서 편의점 창업은 아직도 성공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편의점 어디까지 왔나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3만 개를 돌파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1만 106개,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1만 40개로 나란히 1만 점포 시대를 열었다. 롯데그룹의 세븐일레븐은 8227개 점포다. 편의점 사업자 수는 지난 5월 기준으로 3만 2096명으로 지난해보다 11.6% 늘어났다. 국세청이 분류하는 생활밀접업종 중 종사자 증가 폭이 가장 크다.

물론 매출도 매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프랜차이즈 편의점 총매출액은 약 17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27% 상승했다. 특히 업계 '빅3'로 꼽히는 GS25, CU, 세븐일레븐의 매출 증가액은 2조 8000억 원으로 전체 증가액의 75.5%에 달한다.

그러나 개별 점포의 수익성 전망을 유추할 수 있는 편의점 점포당 인구수는 지난 2011년 2300여 명에서 올해 1900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편의점을 이용할 인구가 줄어들면 당연히 점포의 '파이'도 작아진다. 편의점 천국인 일본의 점포당 인구수는 2500명 수준이다. 국내 편의점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부산 편의점 창업은 어디에

부산의 편의점 수는 지난 7월 기준으로 2449개로 집계됐다. 총인구수인 352만 명을 기준으로 하면 점포당 인구수는 1437명으로 전국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편의점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부산의 편의점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14년 6월 1250개에서 올해 6월에는 2165개로 2년 만에 73%나 늘었다. 여기에 7월에만 무려 284개가 새로 생기는 등 최근 호황을 타고 편의점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기는 추세다. 이 때문에 점포당 인구수도 점점 하락하는 추세다.

구·군별로 보면 중구가 인구 4만 7444명에 편의점이 104개나 몰려 점포당 인구수가 456명으로 가장 낮았고, 인구 13만 7415명인 영도구에는 점포가 불과 54개였다. 이에 따라 영도구의 점포당 인구수는 2544명으로 16개 구·군 중 가장 많았다. 점포당 인구수로만 보면 영도구가 편의점 창업 전망이 가장 밝은 셈이다.

편의점 창업에 대한 좀 더 세밀한 분석을 원하다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상권정보시스템의 창업과밀지수를 참고할 만하다.

창업과밀지수는 매장 상권 내 기대되는 잠재수요 대비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매출을 나타내는 비율로, 0~60점은 '안전', 61~110점은 '주의', 111~150점은 '위험', 151 이상은 '고위험'으로 분류된다. 특종업종의 창업 위험도를 동 단위로 살펴볼 수 있다. 일례로 부산 사상구의 경우, 모라1동(269점), 감전동(184점), 괘법동(170점)은 편의점 창업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지만, 덕포동(102점), 주례3동(87점), 엄궁동(70점)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백화점이나 의류매장 등 타 유통업체와 달리 모여서 얻는 집적 효과가 거의 없다"며 "이 때문에 편의점 창업을 고려한다면 유동인구 대비 점포가 과다하다고 분석된 곳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따져야 할 다른 위험 요인은

편의점 창업의 장점은 무엇보다 적은 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편의점 가맹 계약 최소 투자비용(가맹비+ 상품 구매비+소모품비)은 2200만 원 선인데, 여기에 임차비용을 더하면 대략 5000만∼1억 원 선이면 창업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형 편의점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의 경영 노하우나 운영시스템을 공유할 수 있어 기존 경험 없이 도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본사가 편의점 순수익의 20~40%를 가져가고, 가맹점이 매출액을 제때 보내지 않으면 적지 않은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 만만치 않은 인건비 부담과 휴무 없이 24시간 영업해야 하는 고단함은 편의점 운영자가 져야 할 짐이다. 특히 3~5년으로 운영 계약을 맺었다가 중간에 영업을 포기하면 수천 만 원대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편의점 프랜차이즈 계약은 아직도 논란거리다.

즉, 최근 들어 편의점이 아무리 혼자 잘나간다고 해도 창업하는 입장에서는 상권 및 비용, 장단점 분석 등 철저한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업종이 그렇듯 편의점 또한 노력 없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일러스트=류지혜 기자 birdy@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