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 죽음 부른 부산교도소] 어지럼증·두통 호소하며 쓰러졌지만 혈압약만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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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병·사고 당한 재소자 치료기준 매뉴얼 부실

지난 19일 부산교도소에서 30대 재소자가 다른 재소자에게 폭행을 당한 지 이틀 만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가족들은 교도소의 의료체계 부실 등 무책임한 대응을 질타하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21일 부산교도소의 모습. 김병집 기자 bjk@

부산교도소에서 30대 재소자가 사망한 사건은 교도소의 엉성한 환자 관리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폭행 등으로 다치거나 지병이 있는 재소자에게 어떤 의료 조치를 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엉성한 치료 기준… 하루 1회 문진으로 판단

현재 구금시설에 있는 수용자의 의료 관리는 2010년 개정된 법무부의 '수용자 의료관리지침'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부산교도소에 따르면 군대의 '의무관'에 해당하는 교도소 의무과장의 판단에 따라 해당 재소자를 병실로 보낼지, 보통의 조사 대상자와 똑같이 처분할지 정한다.

지병·사고 당한 재소자 
'치료 기준' 매뉴얼 부실
'불통' 교도 행정이 화근

이번에 사망한 재소자 이 모(37) 씨와 같이 폭행 사건 등에 연루돼 다친 재소자도 징벌 전 치료를 아예 못 받는 것은 아니다. 조사수용방에서 머무는 수용자를 비롯해 통상적으로 병동에 없는 환자는 1일 1회 문진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 부상·질병 재소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 기준 등은 명확하지 않다. 1명씩 돌아가면서 근무하는 의무숙직자가 건강 상태를 판단해 의무과장한테 보고하고 조처하는 식이다. 다쳤거나 지병이 있는 재소자에 대한 매뉴얼이 촘촘하지 않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 씨가 사망 당일 병원에 이송되기 전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지만 당직 간호사는 동료 재소자의 호출을 받고 와 혈압과 체온을 측정한 뒤 의사 지시에 따라 혈압약만 주고 돌아갔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면 데려오라'는 구포성심병원의 진단은 간과됐고, 지병인 당뇨에 대한 혈당 체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씨의 형(52)은 "(동생이)다쳤다는 사실을 알고 접견을 요청했을 땐 규정을 이유로 거절하다가, 시신 확인하라고 병원으로 오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구금시설 건강·의료 상담 가장 많아

교도소와 같은 구금시설에서 목숨을 위협받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구금시설 인권침해 유형별 상담 현황(2011~2015)을 살펴보면 5년간 총 2870건 중 건강·의료 관련 상담이 959건으로 가장 많았다. 주로 응급상황 등 제때 치료와 같은 조치를 하지 않았다든가, 고통을 호소하며 의료진을 요청했는데도 응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상담 건수는 많지만, 폐쇄적인 구금 시설의 특성상 구금시설에서의 건강·의료 관련 진정 사건의 권리구제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측은 "건강·의료 관련 상담이 많이 들어오지만, 수형자 의료관리 지침 등에서도 대체로 수형자의 인권보다는 교도소 재량이 인정되는 편인 데다가 인권위의 개입에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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