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선사 한진해운 '백척간두'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진해운의 운명을 결정지을 날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해운·항만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부산항의 경우 직격탄을 맞게 돼 '허브 환적항만'이라는 위상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채권단은 추가 지원 불가 방침을 내세우며 대주주 자구 노력을 압박하고 있지만 한진그룹은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채권단이 물러서지 않는 이상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종료 시한인 9월 4일 이전에 부족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추가 자구안을 제출해야 한다. 추가 자구안이 나오고서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등의 절차까지 모두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 주 중에는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추가 지원 방침 불가
부족 자금 마련안 내놔야

해운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부족 자금 중 최소 7000억 원을 한진그룹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채우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자금 여력이 없는데다 잘못하면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4000억 원 이상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자율협약 종료일이 가까워지고 채권단이 물러설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조 회장이 어떤 결정을 할 지를 두고 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자율협약 종료일까지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된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해외 선주 등 채권자들이 채권 회수에 나서면서 한진해운 소속 선박 90여척은 전 세계 곳곳에서 압류된다.

외국 해운사들로서는 국내 항만을 굳이 기항할 이유가 사라져 일본이나 중국을 거쳐 운항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부산항의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고 연매출도 7조∼8조 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살아남긴 했지만 한진해운의 규모나 시장 점유율이 더 큰 탓에 한진해운이 파산할 경우 국내 항만과 물류 산업에는 일대 연쇄타격이 불가피하다.

재계 일각에서는 현대상선과의 합병안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회생 후 합병의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크지만, 법정관리로 간 뒤에는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법정관리행은 결국 한진해운이라는 국내 1위 선사를 지우는 결과만 낳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진해운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다른 조건들은 대부분 충족시킨 상황이다. 일부 선사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던 용선료 협상은 최근 진전을 이뤄냈으며, 내달 2일에는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회사채의 만기를 연장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조건에 앞서 가장 먼저 충족해야 하는 '부족자금 자체 마련'이라는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지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조양호 회장이 계열사를 활용하거나 사재 출연 등을 통해 한진해운의 유동성에 숨통을 틔워주는 결단을 내놓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주환 기자 jhwan@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