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자금 부산행' 부산 집값 고공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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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전국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부산 분양 시장이 계속 호황을 유지하는데다 저금리로 시중에 풀린 수도권과 영남권의 뭉칫돈이 부산으로 흘러들며 부산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21일 부산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주요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부산 전역 아파트 매매가가 크게 뛰고 있다. 매매가 상승은 동·서부산권을 가리지 않고 확인된다.

2013년 입주한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 자이'는 전용면적 84㎡가 최근 5억 8000만 원에 거래돼 단지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 초만 해도 5억 3000만 원이었던 게 6개월 새 5000만 원이 오른 셈. 해운대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몇 달 새 집값이 꾸준히 상승해 거래 물건마다 최고가 행진"이라며 "수요자가 많은 반면 물건이 귀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수도권 뭉칫돈 묻지마 투자"
1~7월 매매가 0.86%↑

해운대·화명동 등 전역
중소형 수천만 원 상승


지난해 말 입주한 북구 화명동 'e편한세상 화명힐스'도 다를 바 없다. 전용면적 84㎡의 현재 매도 호가는 4억 2000만 원으로 3개월 전에 비해 5000만 원이 올랐다. 중소형 평형대가 인기를 끌면서 일대 대형 평형대도 동반 상승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부산의 집값 상승은 전국 매매가 현황을 보더라도 뚜렷하다. 부동산전문회사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가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부산은 0.86%로 제주(3.75%)를 빼면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0.17%)보다 5배 이상 높았다. 재건축 열기가 달아올라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서울의 상승률(0.74%)을 웃돌았다.

솔렉스마케팅 김혜신 부산지사장은 "눈길을 끄는 건 영남권 시장의 급락"이라며 "울산(0.47%)외엔 집값이 오히려 내렸다"고 전했다. 조선·해운업 경기에 타격을 입은 거제를 비롯한 경남은 0.18% 가, 집값 조정이 가시화된 대구와 경북도 각각 1.34%와 1.02%가 떨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속속 월세로 전환되면서 급하게 상승한 전세가가 매매가를 밀어 올리고 분양시장 과열로 형성된 고액의 프리미엄이 부산의 집값을 견인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로 시중에 나온 전국의 부동자금이 부산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여기면서 뭉칫돈이 대거 유입되는 것도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소로 꼽힌다. 북구 화명동에 자리한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대구와 수도권 등지의 투자자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이들 상당수가 '묻지 마 투자'에 가까운 전략으로 집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업계에선 매매가 상승이 전세가 상승을 부추겨 가뜩이나 전세난에 시달리는 세입자들의 가을 이사 철 부담을 키울 소지가 높다고 우려하는 실정이다. 동의대 재무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전세가가 겨우 안정세를 유지하는 중이지만 매매가가 지속해서 뛰면 전세가도 재조정될 소지가 많다"며 "결국 전세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태섭·김한수 기자 ts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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