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하고 싶어?] 지상에 남기고픈 내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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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네 권의 시집 낸 남근영 씨 "머릿속에 표현하고 싶은 것이 계속 떠오르는데 어떻게 표현할지 막막했죠… 처음인데 어설프면 어때요? 나중에 부끄러우면 됩니다"

무작정 걷다가 간판도 없는 이상한 가게를 발견했다. 용기를 내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섰지만 인기척이 없다. 분명 서점 같기는 한데 이런 내용을 책으로 출간해도 되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책만 가득하다. 다른 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독립출판물이 있는 독립서점이다.

지난달 7일부터 10일까지 독립출판물 책 시장 '2016 아트북페어-프롬 더 메이커즈'가 아트소향 갤러리에서 열렸다. 작가, 서점, 출판사 등 70여 곳이 참여해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선보였다. 아트 북 페어 관계자는 "판매된 책이 6000부가 넘었다. 한정판인 독립출판물을 사려고 아침부터 줄을 서기도 했다. 독립출판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고 전했다. 부산에는 독립서점이 많지 않아 평소에 독립출판물을 보기 쉽지 않았던 점도 많은 사람이 찾은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독립출판은 현행 출판 시스템에서 벗어나 개인이나 소수 그룹이 기획, 편집, 인쇄까지 스스로 해결해 만든 출판물을 말한다. 부산에서 독립출판으로 책을 펴내고 활동하는 이들을 만나 독립출판을 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편집디자이너로 일하는 남근영 씨는 <둘째 심보> <솜사탕이 만들어지는 시간> <하얀 우주>에 이어 최근 <야시>까지 4번째 시집을 냈다. 20대가 느끼는 자신의 감정을 담은 잔잔한 시가 담겼다. 두 번째 시집 <솜사탕…>은 500권을 찍어 완판할 만큼 독자의 큰 공감을 얻었다.

남 씨는 왜 자꾸 독립출판을 하는 것일까. "머릿속에 표현하고 싶은 것이 계속 떠오르는데 어떻게 표현할지 막막했다. 그때 두 줄로 짧게 적는 시를 접했다. 그때부터 모든 생각을 두 줄 시로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글이 모이니 시집을 만들고 싶었단다. 처음에는 방법을 몰라서 출판사에 문의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러다가 찾은 방법이 독립출판이었다.

그는 "혼자 기획하고 책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사실 힘들다. 하지만 힘든 만큼 재미있다"고 말한다. "처음인데 조금 어설프면 어떠냐? 나중에 조금 부끄러우면 된다"며 긍정적으로 이야기한다. 시를 쓰는 동안에는 계속 책을 낼 것이라는 다짐도 한다. 
철거촌 고양이로 글과 그림 엮어낸 박자현 씨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무심함을 그렸죠, 재판매 요청이 많아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서양화가로 활동 중인 박자현 씨는 재건축 지역의 고양이를 주제로 그림과 글을 엮어서 <주소 잃을>이라는 독립출판물을 냈다. 연필 스케치로 그린 고양이 20마리와 그에 관련된 글을 손글씨로 썼다. 책 속의 고양이는 자신의 집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모르는지 평화로운 모습이다. 

"왜 철거촌 고양이가 주인공이냐?"고 물었다. 그는 2014년에 자신의 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있던 작은 마을의 재개발이 시작된 것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가까이 있었지만 이웃이 사라지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던 자신의 무심함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 이후로 그는 부산의 재개발 지역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이웃과 그곳에 남아 있는 고양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그는 고양이 그림을 통해서 철거촌 속 이야기를 많은 사람이 알 수 있기를 바란다. 고양이 그림으로 시립미술관에서 전시회도 했다. 전시회 이후 주변의 권유로 작품을 모아 독립출판물로 제작하게 되었다.

그도 독립출판이 처음이라 어찌해야 할지 몰라 주변 도움을 많이 받았다. 책은 50부만 제작했다. 판매는 끝났는데도 재판매 요청이 많아서 고민하던 중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곧 다시 책이 나올 예정이다. 독립출판을 했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책을 낼 기회가 생겼다며 좋아한다.

독립출판물을 낸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본인의 생각을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싶어 독립출판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부분에서 독립출판만의 큰 매력이 보이는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나 이야기를 담았지만, 의미 있는 출판물이 많다. 기존 책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로 흥미를 끄는 책도 많다. 소량으로 인쇄되어 한정판이라는 점도 소장가치가 있어 좋다.

독립출판 작가들은 이야기한다. "내 책을 만드는 일은 '언젠가~'라고 미룰 만큼 어렵거나 힘들지 않다"고 말이다. 나의 어떤 이야기로 책을 만들어 볼까, 행복한 상상을 시작해 본다.

글·사진=박나리 기자 nar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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