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야간 라이딩] 夜해서 더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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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팀장 등 '팀 투어바이크' 회원들이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해안산책로에서 야간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뒤로 멀리 광안대교의 불빛이 아름답다.

'야라족.' 야간에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평소에도 야간 라이딩은 특별한 묘미를 선사하지만 요즘 같은 열대야의 밤이라면 야라족은 더 참고 있지 못한다. 선선한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 에어컨이 주는 즐거움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안전. 야간에는 충분한 시야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 길이어도 방심하게 되면 사고가 날 위험이 높다. 안전하게 야간 라이딩을 즐기는 법. '야라족'이 되려면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자전거 타고 바람 가르며 질주하는 기분 에어컨에 비할 바 아냐
부산 '야라족' 해운대 마린시티, 범어사, 기장 죽성리 즐겨 찾아
사고 땐 낮보다 대처능력 떨어져 예방 위한 안전장구 꼭 갖춰야

■광안대교의 불빛, 화려하기도 해라


오후 9시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고급 초고층 아파트들이 밀집한 이곳은 부산 최고의 야경을 자랑하는 곳. 멀리 다이아몬드브리지, 바로 광안대교가 뿜어내는 불빛까지 더해 황홀하다.

모인 곳은 마린시티 입구 바다에 접한 곳, '해운대 영화의 거리'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작은 공원으로, 하얀색 담장을 배경으로 갖가지 영화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다. 고수, 조승우 등 영화계 스타들의 핸드프린팅도 구경할 수 있다. 낮에는 그저 그랬는데 밤에 보는 해운대 영화의 거리는 그 풍기는 기운이 훨씬 몽환적이다. 밤늦은 시간에도 시민들이 수시로 찾아 쉬고 간다.

부산 시티투어버스도 수시로 관광객을 부려 놓고 간다. 강아지 데리고 산책하는 아줌마, 유모차에 손자 태우고 친구와 바람 쐬러 나온 할머니, 요즘 유행하는 세그웨이 타고 뽐내며 주행하는 아이들, 주위 눈치 보지 않고 밤바다 배경으로 '셀카' 찍느라 바쁜 아가씨들…. 부산 외 다른 어디서 이런 밤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싶다.

이날 야간 라이딩에는 '팀 투어바이크'의 김성희(47) 팀장, 보험 일을 하는 이윤희(38) 씨, 의료기 관련 일을 하는 박지영(38) 씨가 함께했다. 김 팀장은 자전거 경력 10년의 베테랑.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그는 이날 경남 김해 현장에서 일을 마치자마자 극심한 차량 정체를 뚫고 마린시티까지 자전거를 타러 왔다. 이 씨는 이제 경력 6개월의 초보지만 박 씨는 경력 9년의 실력자다. 두 사람 다 라이딩 할 때 김 팀장을 오빠라 부르며 의지한다.

'팀 투어바이크'의 김성희 팀장과 박지영·이윤희(왼쪽부터) 씨가 야간 라이딩에 앞서 기념 포즈를 취했다.
■열대야를 가르는 바람, 가슴이 트인다

이 밤에 자전거 타는 이들이 제법 있다. 편한 반바지 차림에 간단한 자전거를 끌고 나온 이도 있지만 헬멧에서 전용 슈트까지 제대로 갖추고 나온 이도 많다. 요컨대 마린시티 해안산책로는 야간 라이딩에 인기가 많은 장소인 것이다.

줄을 지어 출발. 김 팀장이 앞장선다. 쉭쉭 바람을 가른다. 밤이지만 마린시티의 밤은 밝다. 시야 확보가 충분하다. 오가는 사람만 조심하면 된다. 밤바람에 실려 오는 갯내음이 진하다. 가만있을 땐 후끈하던 공기가 내달릴 땐 그렇게 시원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왼편으로 화려한 도심의 불빛, 오른편에 탁 트인 바다. 바다에선 요트가 불을 켠 채 돛을 한껏 펼치고 노닌다. 그런 야경을 만끽하느라 더위 따위가 끼어들 틈은 없다. 가슴이 탁 트인다.

마린시티 해안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 데 15분. 몇 바퀴 더 돌아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해운대해수욕장 쪽으로 달릴까 하다가, 내친김에 요트계류장을 지나 수영교를 거쳐 온천천까지 달려보기로 한다. 김 팀장은 "조금 멀리 범어사까지 달려 볼까요?"라고 하는데, 어이쿠! 아무래도 그건 무리겠다.

줄곧 평지라 힘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김 팀장이 적절히 속도를 조절하는 덕분이기도 하다. 간혹 질주하는 차들이 위협적이긴 해도 시선만 집중하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나저나 부산은 역시 밤이다. 부산은 밤이라야 비로소 활력을 찾는다. 폭염도 부산의 밤을 어쩌지는 못한다. 자전거 위에서 느끼는 부산의 밤은 더욱 그렇다.
야간 라이딩에는 주행자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전조등과 후미등 장착이 필수다.
■밤은 어둡다,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지만 야간 라이딩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근래 '야라족'이 증가하면서 자전거 사고율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야간에 발생하는 자전거 사고가 낮에 발생하는 사고에 비해 치사율이 3배가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김 팀장은 "야간 라이딩은 즐거움이 낮의 배가 되지만 정말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에 당부를 거듭했다.

먼저 잊지 말아야 한 것은 '밤은 어둡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가로등과 화려한 간판들, 쏟아지는 자동차 전조등 덕분에 도시의 밤은 생각만큼 어둡지 않다는 착각을 흔히 한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달려 보면 느끼는 것 이상으로 어두우며 시야가 좁아진다. 그래서 충돌사고라도 난다면 낮보다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또 내가 잘 보인다고 상대방도 날 잘 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것이 전조등과 후미등이다. 전조등은 어둠 속에서 주행자의 시야를 확보할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최소한 5m 전방 바닥이 보이는 밝기가 필요하다. 점멸하는 전조등은 오히려 시야를 가릴 우려가 있어 피하는 게 좋다. 후미등은 안전등이다. 뒤에서 볼 때 후미등이 없으면 주행자의 형체가 거의 보이지 않지만 후미등이 있으면 무엇인가 존재한다는 느낌을 준다. 지속광이 아닌 점멸광으로 라이트를 작동시킨다면 후방의 사람에게 더 주의를 끌 수 있다.

고글도 써야 한다. 고글은 눈부심 해결만이 아니라 바람과 이물질로부터 눈을 보호한다. 특히 날벌레가 많이 날아다니는 밤에 라이딩을 할 경우 고글은 반드시 갖춰야 할 용품이다. 야간용 렌즈를 이용하면 야간 라이딩에 더 적합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이 밖에 밝은 색상의 의류를 입는 것도 중요하다. 어두운 색상은 어둠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빛을 반사하는 테이프를 부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야간 라이딩에서는 시선을 멀리 볼 필요가 있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사람이나 물체가 툭 튀어나온다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부산의 야간 라이딩 명소는 어디?

의외로 부산에서 야간 라이딩을 즐길 만한 장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하여 도로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은 특별히 꼽는 곳이 여럿 있다. 마린시티 외에도 이기대, 범어사, 금정체육공원, 달맞이언덕, 송정해수욕장, 기장 죽성리 등이다.

이기대는 오르막 위주의 도로이기는 하지만 광안리와 거리가 멀지 않아 이기대를 오른 후 삼익비치 아파트 단지를 지나 광안리 바닷가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범어사 앞 일주도로는 도심에서 조금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부산지역 동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다. 범어사까지 오르막이기는 하지만 일방통행에 2차로 도로, 주행하는 차량이 적어 위험성이 적고 공기가 맑아 야간 라이딩에 정말 좋은 코스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내리막 부근에는 음식점과 불법 주·정차가 많기 때문에 조심해서 내려가야 한다.

금정체육공원 주변 도로는 도심에서 벗어난 외곽으로 거리가 한 번 일주에 2㎞ 정도인데, 평지라 위험성이 작아 운동을 목적으로 돌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이곳 또한 차들과 함께 달리는 도로이니 입구나 코너 부분 차들이 합류하는 곳은 주의해야 한다. 이 밖에 송정이나 기장 죽성리 부근은 도심에서 멀기는 하지만 일단 현지에 도착만 하면 부산 특유의 바다 야경을 맘껏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 본격적인 야간 라이딩이 아니라 그냥 산책하듯이 즐길 만한 곳으로는 수영천, 온천천, 낙동강하굿둑이 추천된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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