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준의 정의로운 경제] 임금 인상은 경제를 어렵게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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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퇴장한 근로자 위원들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부산일보DB

2017년도 최저임금이 고시되었다. 시급 6470원.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그 결정과정은 심의라기보다 일방적 통보에 가까운 것이었다. 근로자 위원들이 퇴장한 상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로 놀랄 일은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임금은 서로의 이해가 충돌하는 '두 개의 경제'를 잘 보여 주는 지표다. 그래서 이 위원회에도 두 경제를 대표하는 경총과 양대 노총이 참여하여 각자의 이해를 열심히 대변한다. 그런데 그 결과는 대체로 경총에 기우는 형태로 끝난다. 최종 결정과정에서 노총은 중재안에 불복해 자주 퇴장하지만 경총이 퇴장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여기에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양측의 주장을 비교해 보면 '심의'라는 명칭에 걸맞은 합리성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양측의 주장은 최저임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노사관계 일반에서도 똑같이 반복되는 내용이다. 노총은 임금이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 하고, 경총은 임금이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전자의 주장은 내용이 매우 단순해 논란의 여지를 찾기 어렵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고스란히 생계비에 들어가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임금인상은 생산·소비 균형 역할
기업 체질 개선에도 효과 발휘
국가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져 

우리나라 기업 비용 중 임금 비중
전체 산업의 단 9% 수준 불과
고임금 독일 사례 참고할 만

반면 경총 주장에는 미진한 의문이 남는다.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것은 임금을 포함한 비용뿐 아니라, 품질 기술 숙련 금융 등 숱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체 비용 중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기준으로 제조업의 경우 약 7%, 전체 산업의 경우에도 9% 수준에 불과하다(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고질적인 원·하청 구조도 여기에 더해진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가 원가구조를 무시한 '단가 후려치기'이기 때문이다. 비용 경쟁력이 아예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국가 경쟁력에서도 저임금 의존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계 시장에서 중진국 대열의 우리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갖춘 나라들이 쉽게 추격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임금은 기업 경쟁력과 곧바로 연결되기 어렵다. 특히 이런 사실은 고임금으로 유명한 독일이 세계 최고의 수출국가라는 점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그래서 임금을 비용으로만 간주하고 이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경제 원리인 양 가르치고 있는 경제학 교과서는 조금 보완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노동자의 경제학에서는 임금을 무엇보다 '사회적 총수요'로 간주한다. 이 점은 거시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자본주의는 생산이 소비에 비해 과잉인 특징을 가지고 있고 이런 과잉이 누적되면서 경기변동과 경제위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그런데 임금 인상은 수요 증가를 가져와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미시적인 효과도 있다. 임금 인상은 노동자들에게 노동의욕을 부추겨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이 비용 이외의 경쟁력 요소에 눈을 돌리도록 만든다. 즉 품질과 숙련, 금융, 원하청 관계 등의 개선에 주목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임금에만 의존하는 낮은 생산성의 기업체질을 높은 생산성의 구조로 변경시켜, 경쟁력이 낮은 기업을 강제로 도태시키는 구조조정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래서 그것은 국가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사실 우리는 최근 비용경쟁력에만 의존했던 조선산업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의 고통을 겪고 있다. 임금에 대한 편협한 관점 때문에 치르는 쓰디쓴 대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개의 경제학이 필요한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강신준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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