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맞춤법 검사기, 포털이 베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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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인포테크가 개발한 맞춤법 검사기는 다른 검사기와 달리 '도움말'을 통해 틀린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PC화면 캡처

포털사이트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26년을 공들여 개발한 소프트웨어와 비슷한 서비스를 공급해오다  최근 이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정교한 규칙들(프로토콜)까지 모두 공개해버리자 개발자가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대학교 권혁철 교수는 1992년부터 맞춤법검사기 프로그램을 개발해왔으며 2000년도에는 ㈜나라인포테크라는 벤처회사를 설립해 맞춤법검사기(speller.cs.pusan.ac.kr)를 운영해오고 있다. 구글을 비롯한 포털사이트에서 '맞춤법 검사'까지만 입력해도 가장 상단에 나타나는 한국을 대표하는 맞춤법검사기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틀린 글자를 잡아주는 데 그치지 않고 8만여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왜 틀렸는지 지적해 주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우리나라 신문사와 방송사 등이 이 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부산대 권혁철 교수 
26년간 개발 소프트웨어
다음·네이버서 유사 서비스 
최근엔 SW 제작 규칙 공개

"지적재산권 위반" 분통

하지만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이 맞춤법 검사기의 API를 공개해버리자 권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도둑질해서 선심 쓴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API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정교한 규칙들로서, 공개된 API를 이용하면 쉽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도앱의 API를 개인의 웹페이지에 조합하면 개인의 웹페이지도 지도앱처럼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권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맞춤법 검사기 규칙 하나를 만드는 데 하루가 꼬박 걸린다면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보고 넣는 데는 1분도 안 걸린다"면서 "우리는 1992년도부터 맞춤법검사기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고 지금처럼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선도적 위치에 서기까지 24년간 매년 5억~6억 원의 연구 개발비가 들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네이버와 다음이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도 억울한 마음이 들었어도 우리가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견뎌왔지만 최근 다음이 API를 공개하면서 기업·은행과의 계약이 모두 취소됐다"며 "이는 명백한 지적재산권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다음카카오 측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제공되는 맞춤법검사기는 2014년 7월부터 자체 역량을 활용해 개발했다"면서 "이용자는 물론 다양한 서비스 사업자, 개발자들과의 상생과 함께 올바른 한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공익적 취지에서 API 무료 공개를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조소희·민소영 기자 s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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