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동 벚꽃길' 사라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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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인근의 재건축 단지 내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베어져 있다. 최근 삼익비치타운의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부산의 대표적인 벚꽃길이 사라질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을 대표하는 벚꽃 명소인 남천동 벚꽃길이 사라질 위기다. 삼익비치타운의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꽃터널'을 만들었던 벚나무들이 잘려나갈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인근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이미 벚나무 수십 그루가 잘려 나갔다.

남천2구역(삼익비치타운)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수영구청으로부터 조합 설립 인가를 획득해 재건축을 본격 추진한다. 올해 안에 시공사를 선정하고 내년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남천2구역 재건축 본격 추진
삼익비치타운 나무 수백 그루
철거 과정서 벌목될 듯


이처럼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사업장 주변 벚꽃길 운명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 최근 삼익비치타운 인근 재건축 사업장에서 철거 시작과 동시에 벚나무 30여 그루를 잘라 버려 불안감을 더한다.

삼익비치타운 주변에는 1980년 아파트 완공 때 심은 472그루의 왕벚나무가 있다. 삼익비치타운의 정문과 후문을 가로지르는 아파트 단지 내 700m 거리에 아파트 소유의 왕벚나무 270그루가 있다. 이곳은 아파트 사유지이기 때문에 구청과 협의 없이 나무를 베어 낼 수 있는 상황이다.

벚꽃으로 더 유명한 곳은 광남초등학교부터 삼익비치타운 후문에 이르는 길이 800m 광안해변로다. 국토부 소유의 이 땅에는 수영구청이 관리하는 왕벚나무 202그루가 있다.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잎을 맞으며 추억을 만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조합 측은 내년 말까지 사업시행 계획인가를 받아 이르면 2018년부터 3~4년간 철거와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조합 측이 인접한 광안해변로를 넓히거나 동선을 바꾸게 된다면 여기에 심긴 202그루의 벚나무 역시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1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제 막 재건축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단계라 벚꽃길 존치에 대해 확답을 주기 힘들다"면서 "아파트 동 배치가 전면적으로 바뀌는 만큼 단지 내 아파트 소유의 벚나무 270그루는 공사기간에 제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부 소유 부지의 경우, 벚나무가 사라지면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수영구청이 조합 측에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수영구청 관계자는 "부산을 상징하는 벚꽃길인 만큼 광안해변로의 현재 경관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조합 측과 협의를 할 것"이라며 "일부 벚나무가 불가피하게 잘려 나갈 경우 조합 측이 새 벚나무를 심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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