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선글라스를 쓰고 나간다?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많을 듯하지만, 의학적으로 흐린 날 선글라스는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철이면 오히려 더욱 권장되는 일이다. 선글라스 바로 알고 사용하기! 의외로 모르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흐린 날에도 선글라스 꼭 필요해

선글라스의 제1 용도는? 당연히 강한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의들은 최근 선글라스가 햇빛 강한 여름날의 필수품일 뿐만 아니라 흐린 날에도 눈 보호를 위해 꼭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날씨가 흐려도 자외선 지수가 높은 날이 있기 때문이다.

구름 낀 날 자외선지수 높아
눈 건강 지키려면 반드시 써야

자외선 못 막는 불량 선글라스
눈 보호커녕 시력에 안 좋아
렌즈, 색보다 차단율이 중요

직접광보다 반사광 더 위험
바다·백사장 특히 조심해야

실제로 한여름철에는 구름 낀 날에도 자외선지수가 높은 날이 많다. 또 비 온 뒤 젖어있는 지표면에서 반사되어 산란되는 자외선이 눈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다소 흐린 날에도 선글라스를 쓰는 게 눈 건강에 좋다는 게 안과 전문의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지난 10년간 기상청이 관측한 자외선량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구름 낀 날은 맑은 날과 자외선량이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외선이 눈에 미치는 영향은 즉각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소홀하기 쉽다. 특히 구름 끼거나 흐린 날에는 자외선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피부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자외선 차단 의류를 착용하여 보호하지만 눈은 소홀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안 끼면 백내장 등 유발할 수도

햇빛 속에는 여러 파장의 광선이 함께 있는데 그 중에서 사람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과 볼 수 없는 파장을 가진 자외선, 그리고 적외선이 있다. 특히 자외선은 눈의 각막과 수정체를 통과하여 망막까지 도달, 유해한 결과를 나타내게 된다. 자외선은 특히 내리쬐는 직접광보다는 물과 모래에 반사되는 반사광에 의해 더 많은 양이 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특히 바다와 모래사장이 있는 해수욕장이나 워터파크 등에서는 더욱 유의해야 한다.

동아대병원 안과 권윤형 교수는 "야외에서 보호 장비 없이 갑자기 많은 양의 자외선에 노출되면 눈부심과 눈의 통증, 눈물 흘림, 결막이 부어 오르는 결막 부종 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강한 햇빛에 의해 각막이나 결막이 손상되어 광각막염 및 광결막염이 생긴 경우"라며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대부분 자연 치유되지만, 통증이 심하거나 충혈이 심한 경우는 치료를 받아야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또 "단기간에 문제를 일으키진 않지만 자외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 그리고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실명까지 유발할 수 있는 황반변성 등과 같은 심각한 질환의 발생에 중요한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색상보단 자외선 차단율 꼭 확인해야

여름철 자외선에 의한 눈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외선이 가장 강한 시간대인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는 되도록 외출을 삼가고, 외부활동을 할 때는 차양이 넓은 모자와 양산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되며 무엇보다도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문제는 효과적인 선글라스를 고르고 착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선글라스를 고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외선 차단기능으로, 자외선 차단율은 가능하면 100%인 것이 좋다. 대부분의 선글라스는 자외선 차단기능이 있지만 아주 저렴한 선글라스 혹은 장난감 선글라스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없는 경우가 있으므로 자외선 차단율을 꼭 확인하고 착용해야 한다.

권 교수는 "흔히 렌즈의 색이 짙을수록 자외선 차단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외선 차단율은 렌즈 색상의 짙은 정도와는 상관이 없으며, 자외선 차단 기능 없이 색만 진한 렌즈는 오히려 확대된 동공을 통해 자외선이 눈으로 더 많은 양이 들어오게 되므로 오히려 좋지 않다"고 밝혔다.

렌즈의 크기가 너무 작아도 문제다. 너무 작을 경우 선글라스 주위로 들어오는 자외선을 충분히 차단하지 못하기 때문에 알이 큰 선글라스나 얼굴에 밀착되는 스포츠형 선글라스가 자외선을 차단하는 데는 더욱 도움이 된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