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진 동서대 디자인대학 교수 "학생·주민 다 함께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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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기뻐하고 학생들이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통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7년째 DMZ(비무장지대)에 있는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해마루촌을 방문해 디자인예술마을 만들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서대 디자인대학 안병진 교수. 안 교수는 최근 학생 20명과 이 대학 퍼블릭디자인 앤 라이팅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마을에 방치된 창고를 갤러리 카페 '앉았다, 가세요'로 변신시켰다.

7년째 DMZ 해마루촌 방문
예술마을 만들기 봉사활동
방치된 창고 개조해 카페로
고라니 조형 만들어 평화 기원


"자신의 손으로 마을 창고를 1주일 만에 갤러리 카페로 변신시키는 과정을 주민과 함께 체험하고 감동합니다. 이게 바로 산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안 교수는 1995년 동서대 교수로 부임한 후 해마루촌 인근 아버지 고향을 방문했다가 동네 어르신으로부터 재능기부 요청을 받았다. "동네 어르신이 '미대 교수라는데 우리 마을 창고에 그림을 그려 달라"고 했습니다. 무엇을 그릴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고라니가 지뢰밭은 물론 휴전선을 오가는 모습을 보고 이를 평화의 상징 캐릭터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첫해인 2010년 'DMZDNA'를 주제로 100평 크기의 창고를 청소한 후 마을 주민 얼굴과 지뢰 표시, 도라지꽃, 잠자리 등을 찍어 전시했다. "사진작가인 아내의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완료 후 주민들이 감탄할 때, 또 주민들이 창고 안에서 환송회로 삼겹살과 막걸리 파티를 열어주었을 때 정말 뭉클했습니다."

다음 해 안 교수와 학생들은 마을 입구에 고라니 조형물과 이정표를 제작해 설치했다. 높이 3m, 너비 4m의 철골 기초에 나뭇조각을 부착한 고라니 조형물과 6·25 참전 21개국 수도가 해마루촌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표시한 이정표이다.

2012년에는 철제 부부 고라니와 벤치구조물을 만들었다. 이에 감동한 마을주민 대표 3명이 동서대 장제국 총장을 방문, 동서대와 마을 간 자매결연도 맺게 됐다. 2013년에는 고라니 새끼 6마리 조형물, 2014년에는 5마리 고라니를 추가했다. 2015년에는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마을 입구 공원에 형형색색의 철제 고라니 조형물 6마리와 '통일을 위한 평화의 카운트다운 5, 4, 3, 2, 1' 숫자 조형물 5개를 각각 제작해 배치했다.

안 교수는 "올해에는 창고를 갤러리 카페는 물론 특산물 전시장과 마을주민 사랑방 등으로 꾸몄고, 특히 사용하지 않은 의자 등을 리폼해 '앉았다 가세요'라는 이름도 붙였다. 또 그동안 결과물 등을 담은 사진을 액자에 담아 전시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어 "동서대에서 지원도 받고, 기업체에 재능기부 작업을 해주고 물품 지원도 받지만 예산이 항상 부족해 예산을 마련하고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게 힘들지만 공간이 새롭게 변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분단의 현장인 이곳에 박물관을 만들 생각입니다. 마을회관 2층에 주민교육용으로 전시된 대전차지뢰와 목함지뢰 등을 활용해 작은 박물관을 건설, 대미를 장식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부산·경남지역 낙도 마을 등을 대상으로 디자인예술마을 만들기 봉사활동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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