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부산 청춘들] 2. 집값에 꺾인 청년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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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전전해도 방값 내기 급급, 햇빛 포기하고 반지하로…

부산 청춘들은 어떤 집에 어떻게 살고 있을까? 본보는 부산 시내 8개 대학(경성대 고신대 동서대 동아대 부경대 부산대 부산외국어대 신라대) 학생 377명의 집 안을 설문조사를 통해 들여다봤다. 이들은 주거비 마련을 위해 '캠퍼스의 낭만'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부산 8개 대학 377명 설문
155명 집에서 학교 안 다녀

알바 수입 35만 3000원
평균 월세는 30만 원
방값 내기 위해 일하는 셈

좀 더 싼 방 찾다 보니
도어록 없는 곳도 수두룩

■"10평 공간도 혼자 힘으론 사치"


35.5㎡(약 10.7평). 보증금 478만 원. 월세 30만 원.

본보가 조사한 대학생 377명 중 부모님 집에서 학교에 다니지 않는 155명(자취·하숙·기숙사)이 사는 거주 공간의 평균 면적과 임대료이다. 자취, 하숙하는 대학생 155명의 평균 생활비는 37만 3000원. 이 중 용돈을 받는다고 응답한 92명(44.9%)에게 부모들은 집값, 생활비, 학자금까지 1년에 1000만 원 이상을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부모가 매년 1000만 원을 선뜻 내놓을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다. 이에 따라 61명은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었다. 학업, 데이트 등의 청춘을 누려야 할 시간에 어쩔 수 없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들이 한 달을 일해 버는 돈은 평균 35만 3000원. 평균 월세가 30만 원임을 고려할 때 학생 수중에 떨어지는 돈은 10만 원도 안 된다. 집값을 내기 위해 일하는 셈이다. 300만~3000만 원에 이르는 보증금까지 고려하면 자신의 돈으로 10평 남짓한 방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월세 낮을수록 알바도 많이 해

월세 금액별로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여부를 살펴보면 방 한 칸을 위해 희생하는 학생들의 현실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월세에 살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57명(기숙사·하숙을 제외한 자취생 중 월세에 사는 학생) 중 월세 평균 30만 원 미만인 학생은 32명(56.2%)에 이른다. 자취 생활을 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 중 2명 중 1명 이상이 월세 30만 원 이하인 셈이다. 신라대 앞 원룸에서 생활 중인 김민형(26) 씨는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30만 원 이상 되는 월세가 부담될 수밖에 없고 매번 부모님에게 손 벌리는 것도 죄송스러워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말했다.

생활비나 주거비를 위해 아르바이트하지 않고 부모에게 용돈을 받는 학생의 경우도 형편은 넉넉하지 않다. 부모에게 집값, 생활비까지 모두 받아 쓰지만 이들 중 10평이 넘는 집에 사는 학생은 15명(21%)에 불과하다. 5년째 사하구 하단동 동아대학교 앞에서 7평 원룸에 자취 중인 도지훈(27) 씨는 "월세, 용돈을 다 받는 상황에서 문화생활, 데이트 등으로 사용되는 용돈은 최소한으로 받는다"며 "부모님이 좀 편하게 큰 집으로 이사하라고 하지만 미안해서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돈 아끼려 햇빛도 포기한 청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효성(27·여) 씨의 집은 반지하다.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20만 원인 지금 사는 7평 남짓한 집도 이 씨는 아깝다.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씨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집을 선택했다. 그는 "햇빛을 포기하면 같은 평수 대에 월세가 10만 원이 줄었다"고 말했다. 본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집에 사는 학생도 본가에 살지 않는 155명 중 22명(14.1%)이나 됐다. 햇빛을 포기하며 주거비를 아끼는 셈이다.

혼자 사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보안 시설인 도어록. 155명 중 83명의 집(53.5%)에 도어록이 없다. 도어록은 보증금 500만 원 월세 30만 원 이상 돼야 볼 수 있다. 도어록이 없어서 월세가 내려간다면 학생들의 선택은 후자다. 올해 자취를 시작한 심지은(20·여) 씨는 "부모님이 자취방에 와보고 방범창, 도어록이 없는 것을 보고 걱정하셨지만 보안까지 생각하면 월세는 또 오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산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집 때문에 일하는 청춘'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신라대학교 정지영 건축학부 교수는 "서울에서 시행을 추진했던 행복기숙사나 장학재단 주도의 기숙시설을 부산에서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며 "꿈을 키우고 공부해야 할 시기에 자신이 살 방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는 세대가 지금 세대다"고 말했다.

월세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춘. 그리고 그나마 부모님께 빚을 질 수 있어 다행인 청춘들이 지금 부산에 살고 있다.

특별취재팀 jundragon@busan.com
 

↓ 청년주거 특별취재팀
장병진, 조소희, 안준영, 민소영, 김준용 사회부 기자

↓ 자문단
임혁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지영 신라대 건축학부 교수
김상수 청년단체 '꿈꾸는 슈퍼맨' 대표
박민성 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
박진명 부산청년포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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