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 대한민국카투사연합회장 "카투사 입대가 삶의 방향을 바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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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저 평범한 청년이었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는 단순한 인생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군대'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놨다. 군에서 배운 영어와 컴퓨터가 그를 '성공한 기업인'으로 만들었다. 김종욱(61·스위스포트코리아 대표) 대한민국카투사연합회장(2007년 결성)의 얘기다.

1950년 발족, 25만 명 배출
부산·경남에만 400여 명 있어
매년 10 대 1 경쟁률 '인기'

카투사(KATUSA)는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을 의미한다. 1950년 8월 이승만 대통령과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의 합의로 탄생한 카투사는 지금까지 총 25만 명이 배출됐다. 현재 기본 영어 실력을 갖춘 지원자 중 전산 추첨으로 무작위 선발하는데 매년 1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김 회장은 "카투사가 내 인생을 바꿨다"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이 높다.

그는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중학교를 마친 뒤 부산으로 넘어와 경남상고를 졸업했다. 당시는 특별한 전형 없이 무작위로 차출돼 카투사에 배치된 그는 동두천 미군부대에서 복무했다.

김 회장은 "당시 미군기지 안에는 미국 대학 분교가 있었는데 소대장이 배려해줘 청강생으로 교육을 받았다"며 "그 덕분에 다른 사람보다 일찍 컴퓨터를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제대하자마자 부산 컨테이너부두운영공사에 입사했다. 상고에서 회계를 공부한 그는 군에서 배운 영어와 컴퓨터 실력을 살려 전산실 창립 멤버가 됐다. 그 뒤 카투사 선배의 추천으로 항공물류회사로 옮겨 해외영업을 맡았다. 그는 스스로 "내 인생의 무대가 바뀌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카투사가 그의 인생을 완전 업그레이드 시켜준 셈이다.

지금은 델타항공·에미레이트항공·터키항공을 비롯한 8개 여객 항공사와 DHL·페덱스 등 18개 화물 항공사의 지상조업(화물 운반, 항공기 점검 등 비행기와 관련된 공항의 지상업무)을 담당하는 '스위스포트코리아' 대표로 있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본인이 직접 외국 항공사 임직원을 상대한다.

김 회장은 요즘 자신이 카투사에서 받은 '혜택'을 돌려주는 일을 많이 한다. 오는 15일에는 경기도 의정부에서 카투사 창설 66주년 행사를 거행한다. 지난 6월 25일에는 미국 워싱턴DC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6·25 전사자 추모 행사'에, 6월 6일에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카투사 전몰용사 추모제'에 카투사 대표로 참석했다.

그는 카투사 출신 전사자 33명이 안장된 부산 유엔공원을 '카투사의 성지'라고 부른다. 그는 10월 24일 '유엔데이'와 11월 11일 오전 11시 전 세계가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향해 1분 동안 추모의 묵념을 하는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찾을 예정이다. 부산·경남지역에는 400여 명의 카투사가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은 현재 미국 내 주한미군 관련 단체를 한데 모아 '주한미군전우회'를 조직하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6·25전쟁 이후 한국을 거쳐 간 미군이 약 350만 명이고, 가족까지 포함하면 약 1000만 명에 달한다"며 "이들의 역량을 모으면 한·미 우호관계를 증진하고, 미국에서 한국에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정부나 기업체 대표를 만나 협조를 구하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회장은 "주한미군전우회가 곧 한국을 대변하는 오피니언 단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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