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SNS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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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에 지친(?) 썸남썸녀를 위한 '썸 없는 날' 캠페인이 광고계에서 화제다. '사랑인 듯 사랑 아닌 사랑 같은 이 개념의 탄생은 유구한 사랑의 역사를 무너뜨리고 수많은 젊은이들의 베갯잇을 눈물로 적셨습니다.' 신파조의 광고 문구가 사뭇 진지한 데다 영화 표나 향초 등 '썸 탈출 굿즈(Goods)'를 내건 '썸 없는 날 서명운동', '썸 없는 날 선포 영상'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제법 치밀하게 썸 타는 세태를 비판하면서 진실한 사랑의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썸은 썸씽(Something)의 줄임말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나 서로 감정을 주고받으며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다. 남녀 사이에 '썸씽'이 있긴 한데 정식으로 교제할 만큼의 호감인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를 뜻한다. 이 신조어의 유행에는 노래 '썸'의 영향이 컸다. 이 노래에는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나'라는 가사가 반복된다. 연애 직전의 설렘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이 함께 섞인 '썸'의 감성을 잘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다음소프트가 2011년 1월부터 2016년 7월에 걸쳐 블로그(7억 4천555만 9901건)와 트위터(98억 2천54만 8716건)를 통해 스마트 세대의 연애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아 눈길을 끈다. 특히 애매한 남녀 관계를 지칭하는 '썸'이 대표적인 단어로 떠올랐다고 한다. 2011년만 해도 '썸'(2만 328회)보다는 '어장관리'(3만 7495회)의 사용 빈도가 높았지만 2012년부터 역전세를 보이다 2014년 노래 '썸'이 나오면서부터는 '썸의 천하'가 되었다. 썸을 탈 땐 '전화'(4544회)보다는 '카톡'(8949회)이나 '문자'(7725회)가 제격인데, 카톡이나 문자는 '읽씹'(읽고 무시하기)이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썸에는 경제성이 단연 돋보인다. 감정, 시간, 돈 등 모든 게 타산적이기만 하다. 특히 설렘과 쪽팔림이라는 감정의 경계 위에서 즐겨 썸을 탄다. 페이스북이나 프로필 사진(프사)을 통해 상대의 외모, 취향 따위를 미리 파악하는 건 기본이다. 광고처럼 '썸 없는 날'이 오면 유구한 사랑의 노래를 다시 부르게 될까. '떠나고 싶은 자/떠나게 하고/잠들고 싶은 자/잠들게 하고/그리고도 남는 시간은/침묵할 것//또는 꽃에 대하여/또는 하늘에 대하여/또는 무덤에 대하여…'(강은교, '사랑법'). 임성원 논설위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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