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영화족'은 여름을 좋아해!
직장인 장동원(33·해운대구 좌동) 씨는 요즘 회사 일이 끝나면 집이 아닌 다른 곳을 찾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무더위를 피할 수 있고, 흥미로운 볼거리로 가득찬 곳. 바로 영화관이다. 구태여 친구·직장동료와 약속을 잡지도 않는다. 약속을 정하느라 소모되는 노력과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상영관 곳곳에 장 씨처럼 혼자 온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어 어색하지도 않다.
찜통더위와 열대야 현상이 전국적으로 열흘 가까이 이어지면서 '도심 피서지'로 손꼽히는 극장가가 붐비고 있다. 특히 장 씨 같은 '나홀로 영화족'이 여름철 극장가의 주요 고객이다.
무더위 속 극장가 '북적'
1인 방문객 7·8월 최다
한겨울 1·2월엔 가장 적어
대부분 20~40대 직장인
편하게 영화 보며 피서
28일 롯데시네마에 따르면 부산지역 롯데시네마의 7월 18~27일 열흘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1.6% 증가했다.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이 기간 부산의 평균 기온은 25.9도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9도에 비해 1도가량 높다. 평균기온 1도 차이에 매출은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영화관 매출은 날씨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찌는 듯한 무더위로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에다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등 기대작들이 잇달아 개봉하면서 손님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홀로 영화족은 특히 여름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시네마가 1인 방문객 월별 구성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서 혼자 롯데시네마를 찾은 고객 중 14.3%가 8월, 11%가 7월에 몰려 1·2위를 차지했다. 혼자서 시원하고 간편하게 여가 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한겨울인 12월(5.2%)과 1월(6.8%)은 나홀로 영화족이 가장 적었다.
연령별 구성비를 보면 지난해 1인 방문객 중 30대가 42.3%, 20대가 26.9%, 40대가 22.2%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한 극장업계 관계자는 "20~40대 직장인들이 여름철 나홀로 영화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데, 앞으로 계속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 극장가는 열대야를 이용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부산본점에서 오는 8월 15일까지 오후 11시에 시작하는 영화 연속 2편을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는 '쿨 시네마 더블 무비'를 진행한다. CGV도 대연점과 해운대점에서 오는 29, 30일 양일간 심야영화 2편을 1만 원에 제공하는 '무비 나이트' 행사를 한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