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공무원 '여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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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37.6%, 서울 제치고 광역단체 1위

부산의 한 구청 주민센터는 최근 '남자 직원 수급난'으로 아우성이다. 이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14명 중 남자 직원은 4명뿐. 주민센터 관계자는 "행사가 있는 날엔 무거운 짐을 들고 옮겨야 할 일이 많은데 여직원이 대다수라 어려움이 많다"며 "남자 직원이 전입이라도 오는 날엔 직원들이 '만세'를 부른다"고 말했다.

부산이 전국에서 '여성 공무원이 가장 많은 도시'에 등극했다. 행정자치부가 28일 발표한 '지방 여성공무원 인사통계'에 따르면 부산은 전체 공무원의 37.6%가 여성으로 서울(36.0%)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전국 243개 기초자치단체 중 여성 공무원 비율이 높은 순위에서도 부산 동래구(54.4%)와 금정구(53.8%), 연제구(53.1%)가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다. 전국 1~11위 중 부산 지자체가 무려 9곳으로 거의 '싹쓸이' 했다.

전체 37.6%, 광역단체 1위
기초단체도 상위권 싹쓸이
고학력 부산 여성 공시에 몰려


부산에 여성 공무원이 특히 많은 것은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 합격 비율이 다른 도시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지역에 이렇다 할 큰 기업이 없다 보니 고학력 여성들이 공무원 시험에 대거 몰린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의 여성 공무원 증가는 지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봉철 부산시 인사관리팀장은 "승진에 차별을 두지 않고, 시청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등 공무원들의 출산과 육아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환경도 여성 공무원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부산 중에서도 동래와 금정, 연제구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여성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연제구 관계자는 "동래, 금정, 연제구는 교통·교육 여건이 양호한 전통적인 주거지역으로 여성 공무원들이 근무하고 싶어하는 구로 꼽힌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말 기준 지방공무원 29만 6000여 명 중 여성 공무원은 9만 9865명으로 33.7%를 차지했다. 지방공무원 3명 중 1명이 여성인 셈이다. 20년 전인 1995년 5만 4472명보다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공무원 공채 합격률에서도 여성이 남성을 추월한 지 오래다. 지난해 지방공무원 7·9급 공개채용시험의 여성 합격자 비율은 52.2%로 남성보다 높았다. 여성의 공채 합격률은 2005년 처음으로 남성을 앞질렀으며 지난해까지 계속 과반을 넘겼다.

기획·예산·인사·감사 등 핵심부서에서 활약하는 여성 공무원도 10년 전 21.3%에서 36.5%까지 높아져 실질적으로 여성 공무원의 역할이 강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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