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 이미지로 외로운 아이를 보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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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닌 날/구오징

길을 잃고 헤매다 사슴과 아기 곰을 만나 즐겁게 놀던 아이(왼쪽)는 부모님이 보고 싶어 사슴의 도움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미디어창비 제공

아침에 일어난 아이가 엄마와 놀려고 하는데 엄마는 직장으로 출근한다.

혼자서 TV를 보고 장난감을 갖고 놀지만, 여전히 심심하고 외롭다. 우연히 꺼내 본 가족 앨범에는 부모님 대신 나를 돌봐주는 할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참 행복해 보인 아이는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버스를 타고 할머니 집으로 떠난다.

일 나간 부모 그리워하는 아이
글자 없이 그림으로만 내용 전달
중국의 '한 자녀 정책' 비판
외로운 아이들 위로하는 책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아이 혼자 할머니 집으로 걸어가는 것은 물론, 버스를 타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혼자가 아닌 날>은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혼자 버스를 타고 할머니 댁으로 간 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는 옷을 차려입고 머리도 단정히 다듬은 후, 용돈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선다. 버스도 무사히 탔지만,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을 땐 버스 안에 사람도 거의 없고 바깥도 처음 보는 낯선 동네다. 아이는 급히 버스에서 내렸지만,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아이는 엉엉 울며 돌아다니다 사슴을 만나 함께 숲으로 들어가고, 아기 곰을 만나 구름 위를 마음껏 뛰어다니며 함께 즐겁게 논다.

하지만 아기 곰이 엄마 곰을 만나 다시 그 품으로 돌아가자, 아이도 자연스럽게 엄마의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 아이가 잠든 사이, 사슴은 아이의 집을 찾기 위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그리곤 아이를 태우고 하늘을 날아 아이의 집으로 간다. 아이는 사슴과 헤어지는 게 슬프지만, 그래도 다시 엄마와 아빠를 만날 수 있어 행복해한다.

책은 일하러 간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아이와 혼자 있는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담아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 아이의 외로움과 기다림, 사랑, 기쁨, 우애를 글자 없이 그림으로만 담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 시기에 외동아이로 태어난 저자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면서 할머니가 자신을 돌봤다고 한다. 책은 저자가 여섯 살 때 아버지가 할머니 댁으로 가는 버스에 태워 보냈지만, 잠드는 바람에 버스가 왔던 길을 울면서 다시 걸어 3시간 만에 할머니 댁에 도착했던 경험을 토대로 어린 시절 느꼈던 외로움 등을 담았다.

우리나라에는 중국과 같은 한 자녀 정책은 없었다. 하지만 교육비 등의 문제로 자식을 한 명만 낳거나 외동 자식이 아니라도 학원에 가느라 친구는 물론 형제자매와도 함께 놀기 힘든 현실에서 책의 주인공은 우리 사회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책이 지난해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의 올해의 베스트 그림책, 올해 미국도서관협회 주목할 도서에 선정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함께 어울릴 친구가 없어 외로운 우리 아이들이 책으로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구오징 지음/미디어창비/112쪽/1만 6500원.

박진숙 기자 tr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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