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동화작가] 거침없는 '발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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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3번 안석뽕/진형민

전교 회장쯤 되려면 남보다 특출한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호 3번 안석진은 아무리 따져 봐도 잘난 게 없다. 달랑 두 명뿐인 친구, 조조와 기무라보다 수학 성적이 조금 높다는 정도? 그러니까 이 셋 중에 한 번이라도 80점을 넘어본 애는 석진이 뿐이다. 반장 무리가 다짜고짜 자리를 비켜달라는 바람에 얼떨결에 우리도 출마한다고 큰소리쳐버린 게 화근이었다. 후보 추천서에 서명받는 것부터가 삼총사에게는 장벽이다. 반장은커녕 줄반장도 못해본 석진이를 추천할 아이를, 그것도 열 명이나 찾아오라니!

그러거나 말거나 "1등은 1번 찍고, 2등은 2번 찍고, 3등부터는 무조건 3번을 찍어야" 한다고 호기롭게 선거운동을 하는 삼총사. 우습다 못해 안쓰럽다. 담임마저 "너희 몇 반이냐?"고 물을 만큼 존재감이 없는 석진이. 삼총사는 어쩔 수 없이 '안석뽕'이라는 별명을 선거구호에 동원한다.

석진이 아버지가 회사에 다닐 때는, 그러니까 이사 오기 전 다닌 영어 유치원에서 석진이는 제임스였으며 톰과 지미와 폴이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국밥집 손자 조조와 건어물집 아들 기무라가 친구가 된 뒤로 '떡집 석뽕이'가 된 것이다. 석진이는 한석봉의 어머니가 원망스럽다. 불까지 꺼놓고 칼질까지 하면서 학업을 독려했다니, 어린애 앞에서 공포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뭐란 말인가. 예나 지금이나 애들 공부시키려고 별짓 다 하는 엄마들 탓에 석진이만 괴롭다.

게다가 대형 할인매장 피마트가 들어서는 바람에 이 아이들의 가족은 모두 위기에 처했다. 정들어 슈퍼도, 거봉 철학관도, 석진이네 떡집도 살아남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거대 기업에 맞서겠다는 시장 상인들이나, 엄친아 기호 1번과 대결하는 석진이나 질 게 빤한 싸움을 하고 있다. 그래서… 석진이는 전교 회장에 떨어졌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러나 져도 진 게 아니다. 가만히 있지 않고 뭔가 할 수 있는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저물어가는 하늘을 향해 발차기한다. 하늘은 여전히 꿈쩍도 안 하지만, 다리를 곧게 뻗으며 기합을 넣는 아이들. 이들 앞에 멋진 세상이 펼쳐지기를. 

안미란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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