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합헌-시민·시민단체 반응] "선물·접대 병폐 막아 투명화 계기로"… 실효성 제고는 '숙제'
부패방지법인 이른바 '김영란법'이 합헌으로 결정됐다. 많은 시민이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법이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출직 국회의원 등 일부 계층이 빠진 점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보다 현실적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많은 시민은 우선 부패를 막기 위한 법의 취지에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입법 취지 대체로 공감
정책 공익성 강화에 기여
건전한 선물 문화 위축 우려
식사비·선물값 현실화 필요
언론 취재환경 혼란 불가피
직장인 정 모(42) 씨는 "그동안 은밀한 접대 문화로 인해 정작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제대로 수립되지 못했다"며 "김영란법은 접대 문화로 인한 병폐를 막고 세금이 투명하게 사용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인 강 모(37) 씨는 "그동안 뇌물 성격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 등을 일벌백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김영란법을 대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훈전 부산 경실련 사무처장은 "우리나라는 접대문화에 빠져 있어 제도적으로 부패청탁 방지법 같은 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법인카드가 투명화되면 그 돈이 생산적인 투자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국내에는 전반적으로 뇌물이나 공직비리가 많아 이 법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은 취지에 호응을 보이면서도 이 법이 현실과 괴리가 있어 법 개정 등 적절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법을 통해 건전하게 선물 주고받는 문화 자체가 위축되면서 소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일상적 식사비와 선물값에 대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 '3만 원 한도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다' '선물을 주고받는 관행이 법 하나로 바뀌긴 어렵다' 등이 대다수 시민의 생각이었다.
시민 윤 모(30) 씨는 "동네 삼겹살집에서 고기와 술 한잔만 먹어도 1인당 3만 원은 나온다. 일정 금액으로 상한선을 두는 것은 비현실적이다"고 말했다. 또 강 모(42) 씨는 "정작 법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이 빠진 것은 치졸한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언론계의 경우 취재 환경에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 최종 포함됨으로써 앞으로 취재 현장은 물론 언론계 전반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해졌다"며 "기자들은 취재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강요당할 것이고, 이에 따라 취재 활동의 제약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법 개정에 대한 의견도 제기됐다. 동아대 이동규 교수는 "법의 보편적 정착을 위해서라도 좀 더 현실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언론인 적용 대상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자칫 정권에서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이 법을 악용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사회부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