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출신 인사 줄줄이 무산 끈 떨어지는 '부산 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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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낙하산 인사' 시대가 저물고 있다. 세월호 사건으로 '해피아' '관피아' 논란이 일면서 정부도 낙하산 인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고, 최근 들어 부산에서도 낙하산 인사가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 부산시 내부에서는 굳이 승진을 일찍 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까지 생겨나고 있다.

■부산도 '낙하산 인사' 속속 무산

최근 부산 고위 공직자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29일 마감되는 부산교통공사 기획본부장 재공모다. 이 자리는 부산시 퇴직 공직자들이 옮겨가는 소위 '부산시 몫'이었다. 시 출신인 전임자가 퇴임을 앞두면서 지난 5월 말부터 후임자 공모가 진행됐고, 전 부산시 고위직(3급)이 단독 응모했다. 해당 인사는 공사와 업무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어 무리 없이 임용될 것으로 예상됐다.

교통공사 응모 전 간부에
공직자윤리위 "취업 제한"
올초에도 금융기관행 좌절

엄격한 인사 통제 영향
공기업선 내부승진 기대감

그러나 낙하산 인사 여부를 가리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취업 제한' 결정을 내리며 이런 예상이 뒤집어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응모한 분이 모 구청 부구청장 재임 시 부산교통공사와 태극기 달기 캠페인과 방독면 점검 등의 공문을 주고받은 일이 업무 연관성이 있다고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고위 공직자들이라면 일선 구·군 국장 및 부구청장, 부산시 주요 간부 등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일상적 공문 하나 주고받은 일을 업무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사실상 낙하산 인사 길이 막히게 된 셈이다. 이번 재공모 결과에 부산 고위 공직자들의 퇴임 후 자리가 유지되느냐, 아예 막히느냐가 달렸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 초 부산시 고위 공직자(2급)가 퇴임 후 모 금융기관 간부로 가려다 무산된 일도 있었다. 이 역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에서 업무 연관성 등이 인정되면서 '취업 불승인' 결정이 내려지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낙하산 인사의 잇단 무산으로 부산시 분위기도 달라졌다. 최근 부산시 퇴직 공직자들이 중소 규모 기업으로 자리를 잇따라 옮기는 것도 엄격한 낙하산 인사 통제와 무관치 않다. 이른바 '베이비 붐' 세대인 부산시 고위 공직자들이 올해 말과 내년 초에 퇴거 퇴임을 앞두고 있어 퇴임 후 자리 경쟁이나 눈치보기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내부 승진 늘어나나

부산에서는 시 산하 공기업 6곳과 출자·출연기관 17곳 등이 주요 낙하산 인사 통로였다. 지금도 공기업 임원 20명 중 부산시 출신이 12명이나 된다. 시의회 출신이나 서병수 시장 선거 캠프 출신 2명을 더하면 14명으로 늘어난다. 부산시 출자·출연기관까지 범위를 넓혀도 임원들은 대부분 낙하산 인사들이 차지한다. 반면 각 공기업 자체 임원 승진자는 2명에 불과하다. 한 공기업 간부는 "예산이나 감사권을 쥔 부산시를 거스를 순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사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부산시 감사관실은 최근 퇴임을 앞둔 공직자들에게 '특별 교육'을 한다. 김경덕 부산시 감사관은 "인사혁신처장이 매년 1400개 기관 및 기업을 고시해 퇴직 공무원 취업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퇴임을 앞둔 고위 간부들에게 전문성을 살려 강단에 서거나 사회봉사로 보람을 찾으라고 권유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설공단, 부산교통공사, 테크노파크 등 3개 기관에 대해 시 출신 간부가 취업을 하려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면서 부산시도 고민이 깊어졌다. 3개 기관 임원 자리만 10명 안팎이다. 그만큼 부산시 고위 간부들 갈 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이 때문에 부산시 내부적으로는 승진을 피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반면 공기업 등에서는 내부 승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시 한 공기업 임원은 "수십 년 업무를 다룬 공기업 직원의 내부 승진이 많아지면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공기업 전문성도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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