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디버스 타고 산복도로 여행] 알짜배기 부산 풍정 여기 다 있네! 오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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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바라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 전경.

지난 14일부터 부산의 산복도로를 여행할 수 있는 만디버스가 운행을 시작했다. 주민 삶의 터전이자 한국, 그리고 부산 역사의 흔적인 산복도로가 관광자원이 됐다. 버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산복도로를 제대로 한번 둘러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타보기를 권한다.

■버스 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학생 시절, 부산 남포동에 갈 일이 있을 때면 일부러 산복도로 위를 돌아 가는 버스를 타곤 했다. 좁은 산복도로를 큰 시내버스가 마주 오는 차량을 피해 요리조리 운행할 때면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었다. 풍경은 덤이었다. 밤이면 금상첨화였다. 어둠이 내린 부산에 점점이 불을 밝힌 산복도로의 집들은 고층 빌딩의 야경과는 또 다른 멋이 있었다. 오직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래서 작은 버스 여행이 늘 설??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산복도로에 한국의 아픈 역사가 응축돼 있는 줄은….

영도~감천문화마을~산복도로
아픈 역사 품은 원도심 돌아보기

누리바라기 전망대서 전경 감상
옛 전차 구경·모노레일 탑승까지
다양한 부산의 얼굴 만나는 기회

앱 설치하면 외국어 안내도 가능
30분 간격 운행, 오후 6시 막차


만디버스는 산복도로 자체를 여행지로 만들어줬다. 오전 일찍 부산역에 가니 버스 여행으로 들뜬 사람들이 정류장에 있었다. 중년 여성 네 명과 20대 여학생 한 명, 이렇게 6명이 빨간색 만디버스에 탔다. 최신형 차량답게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도록 창문 쪽 좌석에 USB 포트가 설치돼있다.

고개를 드니 선루프가 있어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비오는 날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여행하면 운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는 먼저 영도로 출발했다. 코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는 앱이 있으니 이용해달라는 방송을 듣고 만디버스 앱을 설치했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어 등 4가지 버전의 앱이 검색됐다. 정류장별 보기를 누르니 정류장 설명과 함께 녹음된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외국어 버전도 같은 형식이다. 차 내에 정류장 지도가 비치돼 있어서 앱과 함께 활용하면 초심자도 쉽게 여행 코스를 짤 수 있다.

영도 절영산책로에서 만난 해녀.
■진짜 부산은 여기에 있다

영도대교를 지나 세 번째 정거장인 흰여울 문화마을에 내렸다. 부산에 살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충동적으로 결정했다.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절영산책로를 걸었다. 바닷바람마저 뜨거웠지만 웬걸, 눈앞에 해녀가 나타났다.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까만 오리발이 바다 위 아래를 오르내렸기 때문에 먹이를 잡는 새를 잘못 본 건 줄 알았다. 하지만 해녀가 맞았다. 산책로를 얼마 안 가 남항어촌계 해녀 탈의실까지 있는 걸 보면 해녀가 틀림없었다.
영화 '변호인'의 촬영지인 흰여울 문화 마을.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잡는지 해녀 2명이 열심히 물질했다. 해운대의 고층빌딩 사이에 가려져 몰랐던 진짜 부산이 여기에 있었다. 산책하다 해녀를 마주칠 확률이 다른 도시에서는 얼마 되지 않을 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구경하다 원래 목적지인 흰여울 문화마을로 향했다. 산책로에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 숨을 한 번 훅 내쉬자 마을이 나타났다. 영도 봉래산의 물줄기가 바다에 떨어질 때 눈처럼 하얀 물거품을 일으킨다고 해서 '흰여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마을은 깜짝 놀랄 정도로 바다와 가까웠다. 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는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영화 '변호인' 촬영지에 가자 갑자기 단체 관광객들이 들이닥쳤다. 사진 프레임처럼 뚫어 놓은 창가에 앉아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신 없는 모습이었다. 관광객들을 뒤로하고 다시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에 아무도 없다. 버스는 피서객이 가득한 송도해수욕장과 송도구름산책로를 지나 감천문화마을로 향했다.

감천문화마을은 2년 만이다. 굳이 내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창밖 풍경만 봐도 2년 동안 참 많이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을 입구 근처에 큰 식당이 생겼고, 단체 관광객은 지도를 사야 마을에 들어갈 수 있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씁쓸했지만 주민들과 공존하려면 그게 현실이다.
산복도로 주민의 발이 되어주는 168계단 모노레일.
■발밑으로 부산이 펼쳐졌다

여덟 번째 정류장인 누리바라기 전망대에 내렸다. 만디버스가 회차하는 장소다. 저 멀리 자갈치 시장, 부산항대교가 보이고 부산타워가 우뚝 솟아있다. 맞은편에 보이는 황령산에는 도넛 모양의 구름이 걸려있다. 조금 더 길을 따라 내려가면 작은 전망대가 하나 더 있는데 그곳에서도 풍경 사진을 찍고 나니 이제 할 일이 없었다. 버스가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전망대 그늘에 앉아 가만히 부산을 내려다봤다.

중년 부부는 같은 그늘에 앉아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를 틀었다. 여수 바다 노래를 들으며 부산 바다를 내려다보는 일도 나쁘지 않았다. 
'이바구 공작소'에서 볼 수 있는 '산복 도로 사람들 이야기 펜화전'.
버스는 산복도로를 내려가서 국제시장, 용두산공원, 보수동 책방골목을 지났다. 임시수도청사로 쓰였다가 지금은 동아대 석당박물관이 된 곳에 내렸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의 부인 순정효왕후가 사용한 왕실 가구, 신안 해저유물, 고려청자 따위를 보다 보니 금세 차를 탈 시간이다. 동아대 부민캠퍼스 끄트머리에 있는,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부산 전차를 구경하고 버스를 탔다.

다시 산복도로다. 이바구 공작소에 내려 주경업 선생의 산복도로 사람들을 주제로 한 펜화를 보고, 초량동 주민들의 채록을 듣다 보니 시간이 술술 갔다. 공작소에서 일하는 마을 주민이 더운 날 여행하는 관광객들을 걱정해줬다. 내려갈 때는 '168계단 모노레일'을 타고 가라고 권했다. 현재 중구청과 동구청에서 모노레일을 각 1대씩 운영하고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롤러코스터 같은 레일이 아찔했지만 막상 타보니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이었다.
동아대 부민캠퍼스에 상설 전시 중인 부산 전차.
모노레일을 왕복으로 타보고 만디버스에 올랐다. 마지막 정류장인 '유치환의 우체통'을 지나 부산역에 돌아왔다. 날이 더워 힘들었지만 해볼 만한 여행이었다. 부산의 얼굴은 입체적이었다. 한 가지 모습이 아니었던 거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여행팁]

만디버스는 오전 9시부터 부산역 광장 아리랑 관광호텔 앞 만디버스 전용 정류장에서 출발한다. 4대의 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마지막 차는 오후 6시에 있다. 월요일은 휴무일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다만, 월요일이 공휴일일 경우에는 정상 운행한다.

부산역에서 요금을 내면 빨간색 만디버스띠를 팔목에 둘러 준다. 현금, 카드 결제 모두 가능하다. 부산역에서 출발해 원하는 정류장에서 내려 둘러보고, 다음 배차 시간에 맞춰 정류장에서 탈 때 빨간색 띠가 일종의 확인증이 된다. 꼭 30분에 맞춰 급하게 볼 필요는 없다. 느긋하게 둘러보고 언제든 정류장별 버스 출발 시각에 맞추기만 하면 된다.

시내버스처럼 정확한 버스 도착 시각을 알 수 없으므로 예상 도착 시간보다 미리 가서 기다리는 것을 추천한다. 버스 한 대를 놓치면 교통 사정에 따라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행 시작 전 내릴 코스를 미리 정하고 코스별로 체류 시간을 계획하면 만디버스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성인 1만 원, 청소년(중·고등학생) 7000원, 소인(48개월~초등학생) 5000원, 10인 이상 성인 단체는 8000원이다. 만디버스가 지나가는 지역 주민이라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동구·서구·중구·사하구 주민은 탑승비가 5000원이다. 이외에도 코모도 호텔 40% 할인, 크라운하버 호텔 특별요금 적용 등 할인 혜택이 있다. 만디버스 정류장에 있는 부산타워, 기찻집 카페테리아, 금수현의 음악살롱 등에서는 이용 요금의 20%를 할인해 준다.

통합권도 있다. 부산시티투어 점보버스(1만 5000원), 부산시티투어 낙동강 에코버스(7000원)와 만디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1일 무제한 탑승권이 성인 2만 원, 소인 및 청소년(5세~고등학생) 1만 3000원이다. 조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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