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로 뒤숭숭한 부산] 건설 사업장 30여 곳 사정권, 檢 칼날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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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건설업계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부산지검 관계자들이 부산시청을 압수 수색하는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시청 압수 수색으로 포문을 연 검찰의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수사가 지역 건설업계를 둘러싼 구조적인 비리 전반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지역사회 전체가 술렁거리고 있다. 수사 배경과 파장을 두고 논란도 무성하다.

함바 비리서 출발 檢 수사  
지역 건설업 전체로 확대  
전례 없는 대대적 수사   

파이낸싱 금융기관 속앓이  
현장 공무원들 위축 우려 

"오랜 결탁 끊어내야" 반응도

■검찰 수사 사정권은 어디까지

"함바 비리 수사가 아니라 부산지역 건설업계의 구조적인 비리에 대한 수사로 불러 달라." 검찰 관계자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 지난 5일 부산시청 고위 공무원을 포함한 간부 3명에 대한 압수 수색으로 시작된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임관혁)의 '함바 비리' 수사가 지역 건설업계 전반으로 사정권을 넓혔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 건설업계와 공직사회 전체가 움츠러들면서 긴장감에 휩싸였다.

수사 확대는 지난 22일 지역 유력 주택건설사 B사를 압수 수색하고 B사 회장을 소환해 조사하면서 이미 공식화됐다. 같은 날 지역 주요 건설 사업의 건축설계 용역과 감리를 담당해 온 건축사무소 C사 회장과 기초자치단체 두 곳의 기술직 간무 공무원 두 명이 추가로 압수 수색을 받고 소환됐다. 앞서 지역의 다른 건설사 관계자 다수가 조사를 받았고, 시행사 등도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1일에는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조용한)가 해운대 A주상복합단지 시행사와 분양업체 등 10여 곳을 대대적으로 압수 수색하면서 '차분히 상황을 지켜보자'던 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수사의 초점이 비자금 조성과 용처에 집중된다면 공무원들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검찰은 이달 초 부산시에 특정 사업장을 지정해 사업 개요와 건축주, 인·허가와 공사 관련 기록을 요청했다. 검찰이 지정한 사업장은 총 30~40곳에 달한다. 시기로 보면 함바 브로커 유상봉(70·수감 중) 씨가 부산을 주 무대로 활동하던 2000~2010년대이지만, 요청한 기록의 범위로 보면 함바 운영권을 명목으로 한 금품 비리뿐만 아니라 공무원들과 건설업체 간의 각종 청탁과 포괄적인 비리까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참에 뿌리뽑자 vs 지역경제 어쩌나

"특정 업체나 드러난 혐의에 대한 수사는 있었지만 대상이나 사안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채 이렇게 업계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는 전례가 없는 것 아닌가."

지역 건설업체 유관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부산지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특수수사로는 가까이는 지난해 동부산관광단지 수사, 멀게는 2004년 부산지역 공무원들이 대거 연루된 '이광태 버스 게이트' 수사가 있었지만 지금과는 양상이 다르다.

특히 해운대 A주상복합단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착수를 두고 업계에서는 지역 분양 시장 자체가 한순간에 얼어붙을 것을 우려한다. 대규모 사업인데다 분양을 앞둔 시점이라 충격은 더 컸다. 진경준 검사장의 구속으로 고개 숙인 검찰이 국면 전환을 위해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이 사업을 타깃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흘러나왔다.

걱정하는 곳은 건설업계만이 아니다. 이 사업을 비롯한 지역 건설업계에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거액을 대출한 지역 금융기관도 분양에 미칠 악영향과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에 속을 앓고 있다.

공무원 사회도 잔뜩 움츠러들었다. 부산 지역 모 구청의 한 기술직 간부는 "민선 6기와 관련이 없는 수사로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의욕적으로 일하는 현장 공무원들이 위축될 것이 제일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함바 비리나 해운대 주상복합단지의 경우 새로운 사건이 아니고 검찰이 여러 번 건드린 사건 아니냐"며 검찰 수사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업계 반응이 지역사회 여론의 전부는 아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26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진작 수사를 했어야 했고, 유착관계에 의한 비리와 특혜 의혹이 밝혀졌어야 했다"는 내용이다. "도시계획보다 개발토건세력의 배만 불리는 부산의 토건 개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도 기대했다.

건설업계와 공무원들 간의 유착도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지역 중견기업의 한 대표는 "일부 공무원이 건설업계와 유착해 각종 이권을 독식한다면 지역경제에 결국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수통 검사들이 제대로 칼을 뽑았다면 공명심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살피는 마음으로 빠르게 환부를 도려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혜규·임태섭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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