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낙동고 학생들 에어부산 승무원 진로 체험] 방학, 알차게 진(짜)공(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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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진로 체험' 일환으로 지난 20일 부산 강서구 에어부산을 찾은 낙동고 1, 2학년 학생들이 실제 비행기처럼 꾸며진 목업실에서 기내 음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방학이 시작됐다. 때가 되면 돌아오는 방학이지만 3~4주 남짓의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한 아이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조금만 관심 기울여 찾아보면 의미 있는 특강이나 재미난 강좌도 의외로 많다.

"좋은 프로그램인 건 알겠는데 방학이라고 목돈 들인 영어·수학 특강을 뺄 수도 없고…." 그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학부모의 고민도 있겠지만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반문해 보라고 관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영어 단어 하나, 수학 공식 하나 더 외우는 것도 좋지만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고, 그에 따른 동기부여가 이뤄진다면 그다음 단계 준비는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부산청소년활동진흥센터(센터장 김동찬)가 마련한 진로 체험 현장을 다녀왔다.

키가 크고 얼굴도 잘생겨야 할 것 같은데…
키보다 체력이 더 중요해요. 힘든 일이거든요

관련 학과로 진학하는 게 유리한가요
전공은 크게 상관없고 학원에는 굳이 안 가도…

기내식 주는 것 말고 무슨 일을 하죠?
기내식만큼 승객 안전에 대한 업무가 중요하죠

■낙동고 학생들의 승무원 진로 체험 현장


부산 지역 고교의 여름방학식이 있던 지난 20일 오후 부산 강서구 공항진입로 에어부산㈜ 3층 강의실. '찾아가는 진로 체험 프로그램-꿈길을 걷다'에 참여한 낙동고 1, 2학년 학생 10여 명이 8년 차 승무원 송은정 씨가 진행한 '승무원 진로 체험' 이론 강의를 듣고 있다.

"승무원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요?" 학생들이 주춤하는 사이 송 강사가 말을 이어간다. "초등학생은 '밥 주는 사람', 중학생 정도 되면 '예쁘게 화장하고 비행기 타고 캐리어 끄는 사람', 고등학생은 '비행기에서 서비스를 하고 돈을 잘 벌고 시집을 잘 가요'라고 말해요.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은 탓인지 송 강사가 잠시 뜸을 들이는 사이, 학생들을 인솔해 온 낙동고 진로진학상담부장 안진환 교사가 말했다. "기내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그제야 송 강사는 본격적인 승무원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90초 안에 이뤄져야 할 비상 탈출을 비롯, 비상구 좌석에 앉는 사람들이 해야 할 임무 등 안전 업무, 응급 환자를 위해 기내에 준비하는 비상 물품 등 승객 지원, 식음료 등 기내 서비스까지 승객의 안전과 관련된 사무를 맡아 보는 승무원의 역할에 대한 강의를 자신의 경험까지 곁들여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어진 시간은 승무원이 실제로 수행하는 기내 안전 및 음료 서비스 체험. 실제 비행기 내부처럼 꾸며진 목업(Mock-Up)실로 강의 장소를 바꾸었다. 승무원이 아니면 만질 수 없다는 기내 서비스 카트와 음료도 준비됐다.

이날 오전 비행을 마친 이은진·박효선·박자인 씨 등 3명의 현직 승무원이 학생들의 기내 실습 체험 지도를 위해 자리를 함께했다. 산소마스크 착용법과 기내 음료수 서비스 방법, 고객 응대법 등을 알려주고 학생들의 체험을 유도했다. 승무원이자 승객을 동시에 체험하게 된 학생들은 체험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사진은 구명조끼 차림의 학생(왼쪽)과 이를 지도하고 있는 승무원. 김병집 기자 bjk@
■"꿈을 구체화하는 계기 됐어요!"

이윽고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어떻게 승무원이 되는가?'에 대한 질의 응답 시간.

"입사 경쟁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키는 커야 하나요? 얼굴 못생겨도 되나요? 항공운항과 등 관련 학과에 진학하는 게 좋을까요? 일반 학과가 나을까요? 승무원 양성 학원에 꼭 다녀야 합니까? 남자 승무원 비율은 어느 정도입니까? 연봉은 어느 정도죠? 나이 들어서 육상 근무 전환은 쉬운가요?"

구체적인 질문이 쏟아졌고, 답변이 이어졌다.

"에어부산 승무원 입사 경쟁률은 250 대 1 정도 되고요, 지원 자격에서 키 제한은 두지 않지만 기내 수하물을 올리고 내린다든지 할 때 불편하진 않아야 겠지요. 음료 서비스 할 때 보셨겠지만 카트 무게도 만만찮고요, 일이 힘들다 보니 퇴사도 많아요. 여성들은 빈혈이나 하혈을 겪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승무원 양성 학원은 굳이 갈 필요는 없다고 봐요. 전·현직 승무원 인터넷 카페 등을 많이 참조하세요. 입사가 결정되면 네일 손질법부터 화장하는 법 등 모든 걸 다 가르쳐 줘요. 관련 학과에 진학하면 도움은 되겠지만 입사할 땐 전공불문입니다. 오히려 영어 외에 다른 외국어를 할 줄 안다든지 특기가 있으면 더 좋아요…."

이날 진로 체험을 마친 뒤 2학년 박수연 양은 "막연하게 승무원을 꿈꿨는데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꿈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학년 이효재 학생은 2년째 에어부산을 찾아서 미래의 승무원에 대한 꿈을 다져 가고 있다고 전했다. 1학년 장혜연 양은 "스튜어디스에 어울리는 외모라는 말을 가끔 들으면서 이 직업에 관심이 생겼지만 기내 서비스 업무 말고는 정작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몰랐다"면서 "진로 체험을 통해 승무원이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알게 돼 유익했다"고 말했다.

안 교사는 "부산 지역에도 많은 기업체가 있지만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직업 체험의 기회는 많지 않다"면서 "청소년들이 미래의 꿈에 대한 준비와 설계를 잘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진로 체험의 기회가 제공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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