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건강은 아빠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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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 평소 자녀에게 소홀했던 아빠들이 좌충우돌 하며 아이들을 보살핀다는 프로그램. 아빠는 슈퍼맨처럼 아이를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그런데…, 진짜 아이를 위한다면 아빠는 아이를 갖기 전에 살부터 빼야 한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있다. 아이의 건강에 아빠의 비만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비만은 질병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있어서 비만은 20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지목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그렇게 정의했다. 우리나라도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6~11세 아동의 6.1%, 12~18세 청소년의 12.7%가 비만으로 조사됐다. 비만 전문병원 '365mc'는 "소아 비만의 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소아 비만을 앓는 10명 중 3명은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소아 비만의 경우 사후 대응은 어렵다는 이야기다.

정자에 식욕조절 유전자
아빠 비만, 자녀에 대물림

딸 유방암 위험 높아지고
유방세포 성장시기도 지연

대사질환·당뇨와 연관
음주도 태아 발달에 영향

"자녀의 건강 위한다면
아이 갖기 전부터 살 빼야"

대한비만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아버지가 비만일 경우 자녀가 비만일 위험은 2.1배 높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근래 발표됐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로마인 바레스 교수팀인 한 국제 의학전문지에 "남성 정자에 식욕조절과 연관된 유전자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아빠가 비만이면 자녀도 비만일 수 있다는 생물학적 결과를 설명해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비만과 정상 체중 남성 각각 10명과 13명의 정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식욕조절에 관련하는 유전자에서 2개군 간에 DNA 작동 패턴에 차이가 나타났다. 비만의 남성 정자에서 훨씬 더 많이 식욕조절 기능에 장애를 보인 것이다. 연구팀은 "정자의 비만 관련 유전학적 일부 정보가 전달되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아빠의 비만 유전자가 정자를 통해 자녀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당연해 보이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최근에는 아빠가 과체중이면 딸의 유방암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소니아 드 아시스 교수는 쥐실험 연구결과, 수컷쥐가 비만할수록 새끼쥐의 유방암 위험이 최대 30%까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교수는 비만한 쥐와 정상 체중 쥐의 정자 속 마이크로RNA와 새끼쥐의 유방세포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비만쥐의 새끼는 유방암 위험이 최대 30% 증가하고 유방세포 성장시기도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빠의 건강이 자녀의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는 또 있다. 미국 네바다대학 치 첸 교수는 동물 실험 결과 임신 전 고지방 식사를 한 수컷쥐의 새끼에서 당뇨병 전조 증상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암컷이 건강한 식사를 했어도 수컷이 고지방 식사를 하면 태어난 새끼 쥐는 7주 후 내당능장애와 인슐린 저항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5주가 지나면 이러한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연구팀은 "흔히 임신 여성에게 식습관 관리를 조언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아빠의 식습관도 자녀에게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아빠의 음주여부도 태아발달에 영향을 주는 인자가 된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메디컬센터 조안나 키틀린스카 박사는 아빠의 음주, 식단, 체중 등이 태아의 선천성 결함 및 기타 질병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음주는 인지기능과 출생체중에 영향을 미쳤고, 비만은 자녀의 대사조절 변화 및 당뇨와도 깊은 연관성을 보였다. 임광명 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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