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가 달라졌다] 바닷사람의 오랜 동반자 모든 사람에게 품 내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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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오륙도등대. 1시간 간격으로 유람선이 오갈 만큼 가깝게 다가온 등대다. 박정화 제공

부산은 등대의 도시다. 전국 대도시 중 등대가 가장 많은 곳이다. 부산이 품고 있는 등대는 70개. 하지만 그중에서 등대지기가 운영하는 곳은 세 군데밖에 없다. 영도등대와 오륙도등대, 가덕도등대만 유인 등대다. 어디를 가든 사람이 있어야 온기가 느껴지는 법. 등대도 반겨 주는 사람이 있어야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불러 주는 사람이 있어야 찾아가는 사람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최근 외롭고 고독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부산시민들에게 바짝 다가서기 위해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는 유인 등대. 그곳에 가면 설레는 가슴이 있다.

■영도등대

부산 최초의 등대다. 대한제국 시절인 1906년 12월, 영도 등대는 석유로 불을 때는 백열등으로 첫 불을 밝혔다. 대한해협과 부산항을 오가는 뱃길을 밝혀 주는 영도등대. 그 첫걸음은 군사 목적으로 문을 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하지만 영도등대는 2004년 새롭게 단장했다. 해양도서관과 자연사박물관 등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영도등대는 높이 36m, 흰색 콘크리트 건물로 지어졌다. 등댓불은 40㎞까지 비친다. 등탑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멀리 대마도까지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등탑 아래편에 있는 해양도서관에는 바다와 관련된 전문서적을 비롯한 소설 시집 등이 비치되어 있다. 해양도서관 옆에는 시민 휴식공간이 있다. 태종대 절경을 둘러보고 온 관람객들이 잠시 쉬어 갈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이다. 자연사박물관에는 신선바위 등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과 공룡 화석 등이 전시되어 있다. 등대 바깥 오른쪽에는 갤러리(SEA&SEA)가 있다. 연중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다. 영도등대에는 등대지기 3명이 주·야간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이용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매주 월요일, 1월 1일, 추석, 설날은 휴관). 부산 영도구 전망로 181(동삼동). 051-405-1230.

1906년 12월 '첫 불' 영도등대
해양도서관·자연사박물관

부산 관문 지키는 오륙도등대
등대전시관·전망대 인기 프랑스풍 고딕 양식

가덕도등대
여름 등대 해양교실 개최


■오륙도등대

부산의 관문인 오륙도에 세워진 등대다. 부산을 상징하는 시설이기도 하다. 하지만 1937년, 첫 불을 밝힐 당시 오륙도등대 높이는 6.2m에 불과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벽돌 건물에 옥상을 강판으로 덮었을 만큼 열악했던 곳이다. 그런 오륙도등대가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가수 조용필이 대표곡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히트하면서부터다. 현재 오륙도등대는 1998년 해양수산부가 현상 공모한 설계도로 새롭게 단장한 시설이다. 이후 오륙도등대는 높이 27m의 등탑을 가진 대형 등대로 거듭났다. 해발 28m에 불과한 돌섬의 키만큼 높은 등대가 우뚝 섰기 때문이다. 그렇게 거듭난 오륙도등대에는 등대 전시관이 설치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등대들의 사진과 등대의 역사 등을 알려주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1937년 오륙도등대가 처음 문을 열 당시 사용했던 벽돌 등 자재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등탑 위에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바다 안쪽, 부산시민들의 살아가는 육지를 바라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오륙도 등대에는 항로표지관리원 3명이 주야간 교대로 근무한다. 오륙도선착장에서 출발하는 관광유람선을 타고 출퇴근한다. 관광유람선은 오전 6시 30분(주말은 6시)부터 오후 4시 2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항한다. 운임은 왕복 1만 원. 부산 남구 오륙도로 130(용호동). 010-4564-2061.

■가덕도등대

프랑스풍 고딕 양식으로 지은 원형이 보존된 가덕도등대. 2002년에 건립된 새 등대(오른쪽)와 함께 선 모습이 조화롭다. 부산일보DB
가덕도등대는 프랑스풍 고딕 양식으로 지은 부속 건물이 아름답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부속 건물 중앙에 우뚝 선 팔각형 등탑이 아름다운 등대다. 대한제국 말기인 1909년 12월, 국운이 기울던 시절에 건립된 가덕도등대 입구에는 조선 왕조를 상징하는 오얏꽃이 새겨져 있다. 독립과 자주를 의미하는 문양이라고 했다. 부속 건물에는 등대지기가 살던 관사와 사무실이 보존되어 있다. 관사 안에는 대형 가마솥과 욕조 아궁이 등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바깥은 서구식인데 내부는 일본식이다. 그런 아픔의 세월을 버텨 온 가덕도등대는 2002년 7월에 새 등대가 건립되면서 임무를 다했다. 12초에 한 번씩 불을 밝히는 역할은 새 등대에 맡기고 자신은 뒷전으로 물러섰다. 이후 가덕도 등대는 등탑이 두 개가 되었다. 높이 40m에 달하는 위용을 뽐내면서 '세대교체'를 선언한 새 등대와 뒷전으로 물러난 옛 등대. 키가 훌쩍 커 버린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선 모습과 닮았다. 2009년에 문을 연 '가덕도등대 100주년 기념관'에는 체험실과 세미나실, 자료실 등이 설치되어 있다. 매년 여름방학에는 이곳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여름 등대 해양교실'이 열린다. '1일 등대장체험'과 '해양안전 교육' 등을 실시하는 교육 과정이다. 주말에는 1박 2일간 등대숙박 체험(7·8월은 제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숙소도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가덕도등대는 해군작전구역 안에 위치해 등대사무실과 미리 일정을 조율해야 방문이 가능한 불편함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홈페이지(www.portbusan.go.kr)로 들어가면 안내 받을 수 있다. 부산 강서구 가덕해안로 1237(대항동). 051-971-9710.

정순형 선임기자 jun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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