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원전·화력발전 '위험' 떠안은 지역의 정당한 권리
부산발 시민적 요구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실현을 위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2012년 고리 1호기 정전 사고, 2013년 원전 부품비리 게이트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원전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비판의식이 커진 데서 촉발됐다.
2013년 시민단체들은 '반값 전기료' 토론회를 기획했고, 해운대구의회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부산반값전기료추진시민운동본부'도 그해 세워졌다. 자발적인 서명 운동도 일어났고, 지금까지 그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 생산 전기 절반
수도권 등 타지로 유출돼
세계 최대 원전단지 '불안'
화력발전 대기오염 시달려
관광산업 피해 보상도 없어
싼 전기료 기업 유치효과 기대
계속되는 시민 호응은 싼 전기료를 바라는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위험은 지역이 떠안고 과실은 수도권에서 가져가는 구조 속에서 '제대로 된 권리를 찾자'라는 의식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님비 아닌 불합리 개선
부산과 경남은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의 절반가량을 타 지역으로 보내고 있다. 충남은 생산량의 60%를 수도권으로 보내고 있다. 이 덕에 서울은 실제 생산량의 50배 가까이, 경기도는 4배 가까운 전기를 소비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은 단연 부산·울산·경남 지역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 단지를 끼고 살아가고 있는 탓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 인근이라는 이유로 부동산 가치 하락·관광 산업 저해 등의 피해가 발생하는가 하면, 갑상샘암과 원전 방사능 사이의 연관성을 밝히는 법적 소송이 진행되는 등 건강권 침해 논란도 정리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부·울·경 주민의 불안감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다. 원전 공포는 나날이 커지면서, 지역 주민에게 원전은 만성적인 불안 시설로 자리 잡는 양상이다. 지난 5일 울산 앞 해상 진도 5의 지진 발생 당시에도 이런 불안감은 여실히 확인되었다.
화력발전소도 상황은 나은 것은 아니다. 충남의 경우 화력발전소 가동으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이 배출 비중이 전국의 37.6%에 달한다. 화력발전소 온실가스의 사회적 비용이 2조 7200억 원(2013년 기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직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호주 등 다수 선진국에서 발전소 지역 주민이 환경 피해와 사회적 갈등을 떠안는 것을 고려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경제적 논리로도 지역 차등 있어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장기적으로 '분산형 전원시스템'을 도입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분산형 전원시스템은 전기를 사용하는 인근에 발전 시설을 확충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선 수도권에 소규모 발전시설을 늘리는 게 분산형 전원시스템과 부합한다.
부산 중구 광복로에서 '부산시민 반값 전기료' 관철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