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부산의 '스마트 빅 보드'가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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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 동아대 석당인재학부 교수

국내에서는 2014년 세월호 사고와 2015년 메르스 사태 등을 연이어 경험하면서 사전에 재난을 예측하여 피해를 줄이기 위한 '예측적 재난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재난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빠르게 유입되는 '흐르는 데이터(stream data)'를 분석한 결과와 현장 전문가들의 판단이 결합되면 초기 대응을 수행하기 위한 예측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한 개인의 감(gut-feel)에 의존하여 수행하는 '빗나간 예측'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세계의 이런 흐름과 맞물려 2014년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부산시에서 국립재난안전연구원과 함께 첨단 재난상황실로 불리는 '스마트 빅 보드(Smart Big Board)' 시스템을 시범 구축했다. 이러한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집단적 예측(aggregate forecast)에 집중해야 한다. 왜냐하면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가 지적한 것처럼 전문가의 판단으로 데이터 기반의 컴퓨터의 예측 결과를 더 정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몇 가지 성공적 사례가 있다.

'세월호'·메르스 잇따라 겪으며
예측적 재난관리 필요성 절감

국내 첫 첨단 재난상황실
'스마트 빅 보드' 부산 시범 구축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면 안 돼
민·관·학 지속적 협력 필요


첫 번째 사례는 유엔의 글로벌 펄스(Global Pulse) 혁신 연구실에서 2011년에 처음으로 등장한 '헌치 워크스(Hunch Works)'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빅데이터 기반의 모니터링 지향 애플리케이션으로 운영되고 있다. '헌치 워크스'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빅데이터 마이닝 기술과 글로벌 기관의 전문가들이 온라인에서 결합하여 집단적 예측을 수행하는 실험적 성격의 프로젝트였다. 이러한 집단적 예측 시스템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가설을 해결하고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또 하나의 사례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의 '기상 경고 지도'로, 기상 예측 전문가의 판단과 빅데이터 마이닝 도구가 결합된 것이다. 그 결과 컴퓨터가 독자적으로 수행한 예측 작업의 정확도는 약 25%, 기온 예측은 10% 정도 개선되었는데, 이 비율은 오래전부터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오랜 동안 예보관들이 예측 판단해 온 축적된 경험과 슈퍼컴퓨터 같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상당 부분 정확성이 높아졌다고 평가되고 있다.

재난의 경우에는 그 유형별로 예측 가능성의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예측적 재난관리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구축되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재난관리 관련 빅데이터 통합'의 구성이다. 통합 빅데이터는 다양한 센서 데이터, 유관 기관의 데이터, 과거 재난 데이터 간에 유기적인 연계와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일부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연동될 필요도 있다. 그리고 민간에서 보유한 데이터들도 필요한 시점에 즉시 연동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둘째, 탐지 및 예측된 재난 징후와 증거를 전문가 네트워크와 공유해야 한다. 총합적 예측을 통해 정보의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집단 지성 기반 협업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동되어야 한다. 즉, 재난 관리의 전 과정(예방·대비·대응·복구)에서 총합적 예측이 수행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 네트워크와의 협업이 가능하도록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기존의 중앙 또는 타 기관의 정보 시스템과 연계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예측적 재난관리 시스템은 재난 대응 상황에서 필요한 데이터와 정보의 실시간 교환, 공유, 상황전파 등을 위해 기존 재난 관리 시스템들과 고가용성(高可用性)이 보장되는 전용 인프라를 통해 연동될 수 있어야 한다.

재난은 절대 몰래 오지 않는다. 하지만 빠르게 흐르는 거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과학적으로 재난 징후를 읽는 것은 쉽지 않다.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많은 시간과 비용 투자가 수반될 것이다. 따라서 단기 성과 위주의 개발이나 일회적인 투자 방식으로 접근하게 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예측적 재난관리 시스템'의 연구·개발·운영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이 마련되어 민·관·학의 협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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