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혼술집 가보니…] "먹고 싶은 만큼, 취향에 맞춰 혼자 즐기니 딱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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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도 즐거운 중식당 '라라관'의 바 형태 테이블에서 손님이 식사를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나 홀로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영화를 보고, 공연을 즐기는 일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1인 문화가 유독 발달한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1인 문화가 조심스레 확산 중이다. '나 홀로 고수'들이 모이는 혼밥(혼자 식사), 혼술(혼자 술 먹기)집에서 나홀로족에게 혼자 행동하는 이유에 관해 물어봤다.

■늘어나는 혼밥 전용 식당

지난 6일 오후 7시 30분께 부산 금정구 장전동 장성시장 내 라라관. 바 형식의 중식당은 나 홀로 혹은 둘이서 식사를 하러 온 젊은 손님들로 붐볐다. 2인용 좌석은 단 1개뿐이다. 가게 주인은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다고 했다. 김윤혜(28) 대표는 "지금은 직원이 생겼지만 혼자 하는 1인 식당으로 운영할 생각으로 요리와 서빙을 쉽게 할 수 있는, 바 형식으로 가게를 만들었다"며 "그래서인지 우리 가게는 혼밥족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장전동 중식당 2인용 좌석은 1개뿐
요리와 맥주 함께 20~30대 많아

부전동 고깃집 'ㄷ'자로 테이블
자리 앞에 불판 놓여 주변 신경 안 써

장전동 나홀로 칵테일 바 'ㄴ'자 배치
메뉴판엔 '4인 이상 단체 사양' 문구

먹고픈 안주 옆 가게서 주문해 와
단골은 옆 테이블 손님 친구되기도

이 때문에 홀로 온 손님들이 부담 없이 식사하고 돌아가기 좋은 분위기가 됐다. 실제로 이날 혼자 와서 요리 1개와 맥주를 시켜 반주하고 가는 20~30대 젊은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김 대표와 대화하며 편하게 식사를 하고 돌아갔다. 

한 식당에서 홀로 밥을 먹는 나홀로족
앞서 지난달 29일 방문한 부산진구 부전동 '우미가'는 혼밥족 중에서도 고수만 가능하다는 '혼자 고기를 먹는 콘셉트'의 식당이었다. 혼자 와도 부담스럽지 않게 주방을 마주 보도록 'ㄷ'자 형식으로 테이블이 세팅돼 있고, 그 앞으로 불판이 놓여 있다. 김병화(44) 대표는 "일본에서 유학할 때 혼자서 밥을 먹어도 전혀 눈치가 보이지 않는 식당이 많은 것이 인상 깊었다"며 "다만 일본과 다르게 한국 문화의 특성상 단골들은 혼자 고기를 먹으러 와서 옆 테이블 손님과 친구가 되곤 한다"고 웃었다.

이날 동행한 서일본신문 쓰루 가즈코 기자는 "일본에서도 '히토리 야키니쿠(혼자 고기 먹기)'라고 해서 혼밥에 비해 좀 더 도전적인 느낌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한국보다 혼자서 고기를 먹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포동에 있는 고깃집에 혼자 갔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는데 이곳에는 편하게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예전에는 스시집이나 일본 가정식을 판매하는 식당에서만 1인석을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이 많이 찾는 대학가에 가면 음식 종류에 상관없이 1인석을 설치한 가게를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나 홀로 고수, 혼술·혼공하다

나 홀로 문화 중 혼밥에 비해 혼술이 젊은 세대에겐 더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 모니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 밖에서 혼자 술 마신 경험은 2030 영 세대보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더 많았기 때문이다. 중·장년층 40대 남성 38.4%, 50대 남성 40%가 혼술 경험이 있었다.
크래프트 칵테일바 '개인의 취함'에서 혼술을 즐기는 나홀로족의 모습.
하지만 혼술하는 사람이 더 환영받는 술집도 생겼다. 금정구 장전동 장성시장 안에 있는 크래프트 칵테일 바 '개인의 취함'이다. 이용객의 주 연령층은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 사이다. 이곳 역시 술을 만드는 공간을 중심으로 'ㄴ'자로 바 형식 테이블이 배치돼 있다. 술을 좋아해 칵테일 바를 열었다는 황지용(28) 대표의 말처럼 술을 좋아하는 나홀로족이라면 편안하게 술 한잔하고 갈 수 있는 분위기였다. 메뉴판에는 아예 '4인 이상의 단체 손님은 죄송하지만 사양한다'고 돼 있을 정도다.

조용히 술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아서라고 했다. 실제로 둘이서 온 20대 여자 손님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조용히 황 대표가 다가가 "조금만 목소리를 낮춰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나 홀로 칵테일을 마시던 조정래(37·부산 사상구) 씨는 "먹고 싶은 만큼 취향에 맞게 술을 마실 수 있어서 많을 때는 1주일에 2~3번 찾을 정도로 단골이 됐다"면서 "직장 동료나 친구와 마실 때처럼 눈치 볼 필요 없이 온전히 혼자서 술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먹고 싶은 안주가 있으면 옆에 있는 하와이안 맥줏집에 가서 안주를 주문해오기도 하고, 편의점에 다녀오기도 했다. 조용히 술만 마시고 떠나는 20~30대 남성도 눈에 띄었다.
'혼공(혼자 공연 보기)'도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앞선 조사에서 20대 여성은 전시회·박물관(42.4%), 콘서트(23.2%)를 혼자 봤다고 응답했고, 30대 여성도 뮤지컬·연극(31.2%)을 혼자 본 적 있다고 응답해 젊은 여성층에서 혼자 공연을 즐기는 문화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적어도 2030 영 세대에게만큼은 '혼밥', '혼술',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혼공'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 시대가 왔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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