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태국 속 한국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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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구 부산외국어대 동남아창의융합학부 교수

동남아 다른 국가와 비교해 태국은 현재 한국어 강의가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어 열풍은 분명히 또 다른 형태의 한류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한국어 교육은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국어 교육과정이 최초로 개설된 곳은 태국 남부 송클라 대학교였다. 1986년 1학기부터 한국어를 자유선택과목으로 개설한 이래 1999년에는 한국어과를 개설하였다. 현재 태국의 40여 개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이 중 전공 개설학교는 8곳이다.

태국 중·고등학교 70여 개교에서는 2만 명 이상의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한국어는 2008년부터 고등학교 제2외국어로 지정되었다. 현재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다음으로 수강생이 많은 제2외국어이다. 한국 정부는 2011년 한·태 정상회담 이후 태국 정부의 요청으로 60여 명씩 한국어 교사를 태국에 파견하고 있다. 한국은 태국 중·고등학교에 한국어 교원을 파견하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최근 태국 대학총장협의회와 태국교육평가원은 한국어를 대학입시 PAT(Professional & Aptitudes Test)의 제2외국어 선택과목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2017년 태국 대학입시에서부터 한국어 시험이 치러질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태국은 아세안 국가 중에서는 최초로 대학입시에 한국어를 포함시키는 나라가 된다.

한국어 교육 관련 기관들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위상이 한 차원 높아진 한국어 교육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표준화된 교육과정과 교과서 개발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덧붙여 태국어 전공자로서 한국어 강의를 한 경험이 있는 필자 개인의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강의 문제점과 관련해서이다. 이는 주로 한국인 강사들에게 해당되는 것인데 한국어 강사들이 최소한의 태국어를 모르면 사실상 수업이 어려워진다. 태국으로 파견되는 한국어 강사들을 위해 태국어 일상회화를 넘어서 태국어와 한국어의 특성과 차이점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내용까지 포함된 교육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의 교재에서도 문제점은 발견되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교재 대부분은 그 내용이 한국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태국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졌다. 또 한국어 외에 필요한 경우에 영어(또는 한자)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이 교재들은 단순히 보편적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교재는 영어가 아닌 태국어 설명이 필요하며 각 과의 구성도 한·태 관계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다채롭게 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교재의 현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태국의 한인사회,한국의 태국인 사회,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태국유학생 등의 소재를 중심으로 교재 내용이 구성된다면 훨씬 쉽게 학습 동기가 부여되고 흥미롭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한국어와 태국어 전공 학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교재개발도 생각해 봄 직하다.

이런 의견들이 꼭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언제나 똑같이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단기간에 실행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답이 돌아오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태국 대학입시 제2외국어 선택과목이 된 한국어의 무게감을 생각한다면 이번에는 관계기관에서 각별히 고민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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