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준의 정의로운 경제] 이상한 경제, 두 개의 경제
박근혜정부 내내 우리 국민들은 기묘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 줄곧 국회 탓을 되풀이했다. 경제를 살릴 법안의 처리를 게을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박 대통령의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야당도 최우선 정책과제를 '민생 살리기'로 내세우고 있다. 양측 모두 똑같이 경제를 살리자면서 정작 행동은 서로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은 헷갈려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일하는 사람 임금이 기업에는 비용
경제학도 두 관점에 따라 나뉘어
한국엔 기업 편드는 경제학만 득세
균형 잡힌 시각이 상생 위한 첫걸음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먼저 양측이 말하는 경제가 같은 것이 아니라는 데서 힌트를 찾을 필요가 있다. 똑같이 경제를 말하면서 서로 반대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한쪽에 이익이 되는 경제가 다른 쪽에는 오히려 손실이 되는 경제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경제는 사실 하나가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경제원론을 하나의 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지만 실제 경제학은 두 가지이다. 경제가 두 개라는 것은 대학생들이 취업할 때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임금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취업 희망자는 당연히 높은 임금을 원한다. 반면 기업에는 임금이 비용이다. 그래서 기업은 가능한 한 임금을 적게 주려고 한다. 한쪽은 많이 받고 싶어 하고 다른 한쪽은 적게 주려고 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야당이 똑같이 경제를 얘기하면서도 엇박자를 보이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만 더 얘기해 보자.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두 사람의 경제 주체를 상정한다. 하나는 가계(소비자)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생산자)이다. 가계의 경제적 목표는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단서가 하나 붙어 있다. 소득은 주어진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계는 임금을 소득원으로 하는 노동자들인데 바로 그 임금을 고정시켜 놓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기업의 경제적 목표는 비용을 최소화하여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임금은 바로 이 비용의 한 요소를 이룬다. 한 사람에게는 임금을 고정된 것으로, 다른 한 사람에게는 임금을 최대한 적게 주도록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제학 교과서가 두 개의 경제 가운데 한쪽만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기업 편을 드는 경제학인 것이다.
그러면 임금을 받는 사람을 편드는 경제학은 없는가? 당연히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국민들 사이에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학자도 매우 드물고 대학에서 가르치는 곳도 거의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두 개의 경제학 가운데 기업 편을 드는 경제학 하나만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박 대통령과 야당의 엇박자를 이해하기 힘들다. 여기 '정의로운 경제' 코너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경제학, 임금을 받는 사람들의 편을 드는 경제학을 소개함으로써 두 개의 경제학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보고자 한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언급해 둘 점이 있다. 얼핏 두 경제학의 관계는 서로 대립해 있고 따라서 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모든 대립은 통합이라는 보다 발전된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두 사람이 서로 상대를 배척하면 갈등을 피하기 어렵지만 서로가 상대를 인정하면 소위 상생이라는 새로운 국면이 전개된다. 박 대통령과 야당의 갈등도 이런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정의로운 경제'의 균형은 그런 통합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상대를 인정하는 통합, 그것은 민주주의의 확대를 의미한다. 이 코너의 지향점이 바로 그것이다. sjkang@dau.ac.kr
강신준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고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1991년부터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산업노동학회와 한국사회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2004년부터 지금까지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을 맡고 있다. 현재 국내 대학 강단에 남은 몇 안 되는 비주류 경제학자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