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시티 오브 런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셜록 홈스가 전당포 주인 자베즈 윌슨이 의뢰한 실직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당포를 찾았다. 홈스는 자베즈가 의뢰한 이상한 단체 '빨간 머리 연맹'이 은행 금고 절도단과 관련된 사실을 밝혀낸다. 문제의 전당포가 있던 곳은 런던의 구시가 '시티 오브 런던'(City of London)이었다. 코넌 도일의 단편 '빨간 머리 연맹'(1891년) 이야기다.

'시티'(the City)로 불리는 '시티 오브 런던'은 세계적 금융허브로, 넓이가 부산 중구 정도로 작아 '스퀘어 마일'로도 불린다. 통상 런던으로 부르는 '그레이트 런던'은 시티와 32개의 자치구로 이뤄져 있다. 런던시장이 있지만, 시티에도 로드 메이어(Lord Mayor)라고 부르는 명예직 시장이 있다. 시티는 독립된 금융특별도시이다. 운영 주체인 '시티 오브 런던 회사'가 행정과 재정, 치안을 자체 운영한다. JP모건체이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HSBC 등 5천 개가 넘는 금융 기관이 있다. 주민은 8천 명 정도이지만, 하루 유동 인구는 40만 명이 넘는다. 유럽연합 하루 외환 거래의 80%, 세계 주식 및 파생 상품, 선물, 원유 거래의 절반 이상이 시티에서 이뤄진다.

시티는 기원전 1세기부터 형성됐으며, 중세 이후 지금까지 도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원래 이름은 린딘(Lyndyn)이었으나 로마인들이 론디니움(Londinium)으로 부르면서 런던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1750년부터 50년 동안 동인도회사를 통해 식민지를 약탈한 이면에는 시티가 있었다. 중국의 화폐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위한 청나라와의 아편전쟁을 주도한 곳도 시티였다. 금융 권력, 시티는 자본 축적의 전략가였던 셈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티는 정부보다 먼저 유럽 통합을 역설했다. 1961년 보수당의 해럴드 맥밀런 총리가 유럽연합(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 신청을 한 데는 시티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시티의 금융 회사들이 본사를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티에서 최대 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자인 시티가 반세계화의 역풍을 맞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브렉시트가 시티의 금융 자본에게 '블랙 스완'이 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빨간불이 켜진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춘우 편집위원 bombi@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