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허가 파장] 원전 10기 몰려 있는 곳, 지구 어디에도 이런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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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열린 신고리원전 5·6호기 승인 무효 기자회견에서 탈핵부산시민연대 회원들과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 등이 허가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병집 기자 bjk@

부산·울산지역의 9~10번째 원전이 될 신고리 5·6호기(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건설이 허가돼 이 일대에 원전 10기가 밀집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환경단체는 지난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를 표결에 붙여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졸속 심의'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에서는 원안위 부산 이전의 필요성과 함께 '반값 전기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인구밀집지 제한 법 위반
졸속심의 무효, 법적대응"

연쇄 사고 대재앙 위험
환경단체·정치권 나서
안전 감독 원안위 부산 이전
반값 전기료 목소리 고조

■원전 리스크, 차등 전기료 필요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원안위의 신고리 5·6호기 심의가 이렇게 빨리 끝날 줄 몰랐다"며 "신고리 3·4호기 때만 해도 허가가 날 때까지 7개월여가 걸렸는데, 이번에는 세 차례 회의, 1개월 반 만에 급히 통과를 시킨 부실 심의였다"고 지적했다.

다수 호기 부지(2기 이상의 원자로가 위치한 원전 부지)의 위험성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부분도 논란이다. 원안위는 "신고리 5·6호기는 호기별로 대체교류전원이 설계되어 다수 호기의 동시 사고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부 재해 발생 때 다수 호기 동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장다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선임 캠페이너는 "10기 원전이 한 부지에 몰려 있어 1기의 원전 사고가 다른 호기의 연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부지에 임시 저장된 고준위핵폐기물로 인한 사고 가중 우려와 함께 방사성 물질 누출 양도 많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위험을 의식해서인지 원안위는 "다수 호기 리스크에 대한 연구 수준은 연구 방향에 대해서 논의가 진행되는 수준이므로 중장기적으로 다수 호기 리스크 평가 방법론 개발, 안전 목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위치 제한 규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는 최소 인구 2만 5천 명인 인구밀집지역으로부터 32~43㎞가량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한국수력원자력 측이 자의적으로 제한 거리를 4㎞로 정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최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규정이 바뀌어 원자로로부터 4㎞ 안에만 인구밀집지역이 없으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바뀐 NRC 규정에 따른 우리 법 규정 수정이 없었고, 4㎞ 거리 제한 규정은 NRC의 최신 규정도 아니다"며 "이런 식의 법을 적용하면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도 얼마든지 신고리 5·6호기를 지어도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현재 행정소송을 비롯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부산·울산 지역에 10기 원전 밀집의 위험을 떠안기면서 전기료 인하 같은 혜택이 전혀 없는 데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 때문에 '반값 전기료'를 비롯한 차등 전기요금제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역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에서 주로 소비하면서도 사회적 갈등이나 위험 비용 등은 지역에서 분담하고 있는 불합리를 바로잡자는 논리다.

■원안위 부산 이전, 독립 기구로

원안위의 변화와 부산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의원 배덕광 의원실 관계자는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인 기장군 장안읍 고리 일대의 특수성을 고려해 원전을 규제·감독하는 원안위를 이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에서는 현재 9명인 원안위 위원 수가 여론을 반영하기엔 턱없이 적고, 위원 구성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핵없는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측은 "이번 2기 위원 절반 이상의 임기 마감을 한 달 앞두고 밀어붙인 건설 허가는 무효"라며 "미국 NRC는 위원이 3천~4천 명이고, 독일도 2천 명의 위원이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총리실 산하에 있는 원안위를 독립된 기구로 만들어 원전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 정치적인 입김이 최소화 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고리 5·6호기 허가 과정에서 원안위가 원전 안전보다는 한수원을 비롯한 업계 이익을 더 대변했다는 비판과 함께 "이럴 거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아닌 원자력건설위원회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 폐로를 앞두고 있는 고리 1호기의 해체기술을 연구할 원전해체센터도 최근 백지화 되면서 정부가 지역의 필요나 요구는 무시한 채 원전 밀집의 위험만 떠안긴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상윤·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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