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언제든 당할 수 있다" 남포동서 올랜도 총기 난사사건 추모집회
"나도 언제든지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국화꽃을 들고 이곳에 오게 됐어요"
23일 오후 7시 남포동 스타광장 앞에서 부산대 성 소수자 동아리(QIP) 가 주최하는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 추모제가 열렸다.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은 지난 12일 새벽(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한 동성애자(게이) 나이트클럽에서 인질극과 함께 총기난사 사건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테러이자 증오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30여 명의 시민들이 촛불과 국화꽃을 들고나와 추모의 마음을 이어나갔다.
부산대 성 소수자 동아리 회원인 박 모(24·여) 씨는 다양성과 관용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을 둘러메고 프리허그를 진행했다. 박 씨가 둘러멘 깃발에는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 50여 명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박 씨는 남포동 스타광장을 오가는 이들에게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을 설명하며 "사라진 사람들을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오후 6시부터 진행된 이 날 행사는 오후 8시에 다다르자 자유발언대가 마련돼 참가자들이 자유로운 토론을 이어나갔다.마이크 앞에 올라선 이 모(20) 씨는 "뉴스를 보면서 '나도 언제든 저렇게 될 수 있겠다'는 공포가 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학창시절 자신의 경험을 꺼내며 "남성스럽지 못한 나에게 '징그럽다'고 말을 하는 친구들과 TV에 커밍아웃을 하는 유명인들을 보며 '저런 사람들은 다모아서 가둬야 한다'고 손가락질 하는 아버지에게서 일상적인 폭력을 느껴왔다"고 말했다.
10여 명의 자유발언을 마친 이들은 남포동 스타광장에서 출발해 임시수도 기념관을 지나 다시 남포동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이어나갔다. 행진 행렬을 뒤따르면서 촬영한 대만에서 온 관광객 량 워이 진(38) 씨는 "동성애를 두고 대만에서도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정부에서 결혼 인증서도 발급해 주는 등 한국보다는 열려있는 것 같다"며 "한국 젊은이들의 움직임이 흥미롭다"고 전했다. 조소희 기자 ss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