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렉시트 현실화…우리 경제 미치는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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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급락세 다음 초까지 이어질 듯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가 현실화되면서 우리 경제에도 적지 않은 충격이 닥칠 전망이다. 전문가별로 그 파장의 정도는 다르게 평가하지만 우리 경제는 브렉시트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대 영국 무역·금융 비중이 크지 않아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연결고리가 매우 긴밀해 당분간 경기의 하방 위험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시장 급락세 다음 초까지 이어질 듯

브렉시트 현실화로 국내 외환·금융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2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천179.9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29.7원이 올랐다. 증시 역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1.47포인트(3.09%) 내린 1,925.24로 장을 마쳤고 코스닥시장도 장중 거래가 일시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의 급락장세를 나타내다 전 거래일보다 32.36포인트(4.76%) 내린 647.16으로 장을 마감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그동안 대체로 영국이 EU에 남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결과에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계 등 유럽계 자금 이탈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영국계 자금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주식 36조 4천770억 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외국인 상장주식 보유액의 8.4%로 미국계(172조 8천200억 원) 다음으로 큰 규모다.

영국이 EU에서 빠져나가면 영국에 대한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많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유럽계 자금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아일랜드는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15조 5천740억 원, 네덜란드는14조 2천850억 원 어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합치면 30조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가격 폭락세가 다음 주 초 이후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증권 팀장은 "브렉시트 자체로 인한 충격은 코스피 1,850선정도에서 멈출 것으로 본다"며 단기 충격으로 주가가 10%, 원화 가치도 10%가량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브렉시트로 부정적 영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낙폭이 과도하다"며 "증시에서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가더라도 미국·일본·중국계 자금 유입세는 이어질 것이며 채권시장에서 이탈하는 자금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 영국·EU 수출에 악영향

대 영국·EU 수출에 대한 악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하반기 경기 회복의 동력으로서 수출에 걸었던 기대감도 당분간 힘을 잃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 영국 수출금액은 72억 1천700만 달러, 대 EU 수출금액은 465억 4천300만 달러다.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향후 15년간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7.5% 감소할 것으로 자체 추산했다. 영국뿐만 아니라 EU 지역의 GDP 감소도 예상돼 한국과의 교역 수요는 더 줄어들수 있다.

문제는 유예기간이 끝나는 2년 뒤다. 브렉시트가 결정되더라도 실제로 영국이 EU를 탈퇴할 때까지는 2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다. 이 기간에는 현재 유럽 단일 시장체제가 유지되고 영국과 EU 국가들이 한국을 비롯한 제3국과 맺은 특혜무역 협정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유예기간 내 영국과 EU가 한국 등 다른 국가들과 무역협정을 다시 협상해 경제 관계를 안정적으로 재정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올해 국내 경기 회복세가 더디고 구조조정 등 악재까지 산재한 상황에서 브렉시트 충격의 체감도는 다른 국가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진한 수출이 브렉시트 때문에 더 크게 뒷걸음질치고,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의 심리까지 얼어붙으면 또 다른 경로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의 대 영국·EU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만큼 충분히 대비하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수출금액 기준 영국 의존도는 1.4%, EU 의존도는 9.1%로 집계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규철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영국과 직접 연결된 부분은 많지 않아 실물 부문까지 전파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다"면서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 그렇게 약한 것도 아니다"고 진단했다.

■물 건너간 3% 성장

정부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당정간담회에서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3.1%보다 0.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정부가 '3%대 성장'이라는 목표를 사실상 포기한 셈이다.

정부는 그러나 브렉시트 가결 가능성이 커지자 다시 입장을 바꿨다. 정부는 이날 점심시간 무렵 배포한 자료에서 "브렉시트 투표 결과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불과 몇 시간 전 당정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을 번복한 셈이다.

하반기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재정보강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당정간담회에서 "오는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추경 여부를 분명히 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추경 편성을 기정사실화했다.

관건은 추경 편성 시기와 규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6월 2015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전제한 상태에서 이를 3.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총 22조 원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20조 원대의 '슈퍼 추경'을 편성해 경기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유 부총리는 당정간담회에서 "추경이 만약 국회에서 빨리 정리되지 않고 8월 1일을 넘어간다든지 하면, 본예산보다 3~4개월 빨라지므로 추경 무용론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덕준 기자 casiop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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