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파탈'이 뜬다] 꽃중년, 열정과 도전으로 만들어진다
입력 : 2016-06-19 19:18:06 수정 : 2016-06-21 15:44:37
그를 처음 만난 건 1년 전의 봄이었다. 50대의 대학교수라고 들었는데, 첫 만남에 잠깐 눈을 의심했다. '군화 같은' 신발에, 쫙 붙는 바지, 화려한 색상의 티셔츠와 재킷. 그리고 헤어젤을 발라 삐죽 세운 헤어스타일과 선크림을 바른 듯한 얼굴. '뭐 이런 교수가 다 있나.' 속으로 내뱉었다. 그리고 이어진 1시간 동안의 대화. 학문에 대한 식견과 열정. 그에게 매료됐다.
1년이 지나 다시 그를 만났다. 여전히 매력적인, 그것도 치명적인 매력을 내뿜고 있다.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장영수 교수. 우리 나이로 53세다. 물론 호적상 나이가 그렇다는 거다. 아주 젊어 보인다. 패션, 몸매, 얼굴 피부를 고려하면 '생물학적' 나이는 암만 많이 쳐도 40대 중반이다. 그는 사실 40대 중반이라는 말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대학생인 아들들과 함께 다니면 형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고 자랑한다.
부경대학교 장영수 교수
젊게 살고 싶다면?
'쪽팔린다'는 생각 버려야죠
신세대 꽃중년, 아재 파탈의 전형을 보여 주는 이가 바로 장 교수다. 트렌디한 패션 감각, 운동·식사량 조절 등 철저한 자기관리, 젊은 마인드. 웬만한 20~30대보다 훨씬 낫다.

그의 젊은 감각은 어릴 때부터 단련돼 왔다. 신사였던 부친의 영향이었다. 부친의 말씀은 '항상 깨끗하게 입고 다녀라'였다. 그리고 그의 일본 유학 시절. 자유로운 사상과 패션 감각을 가진 일본 문화를 접하면서 패션에 눈을 떴단다.
장 교수의 패션 감각은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1995년 부경대 교수로 발령 받고 첫 강의 때 청바지를 입고 강의했다. 더 나아갔다. 반바지를 입고 강의하기도 했다. 급기야 학장이 불렀다. '교수가 옷차림이 그게 뭐냐. 회색이나 검은색 정장을 입어라. 그리고 동그란 안경도 벗고, 교수다운 안경을 써라'는 게 학장의 주문이었다.
"힘없는 조교수 시절이라 당장 옷 사러 갔죠. 하하." 지난날을 회상하는 그의 얼굴에는 그래도 그 시절의 '객기'를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이 선했다. 물론 지금은 힘 있는(?) 정교수가 되었지만 반바지는 입지 않는다.
그가 생각하는 패션은 '열정'이다. 또 '젊음'이다. "젊어지려면 패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패션에 관심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젊음을 유지하려는 모든 노력을 하게 된다. 생각도 당연히 젊어진다. 패션에 관심이 없는 순간, '아저씨'가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의 열정은 일상생활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영어공부를 하고, 이어 신문 2~3개를 읽는다. 학교에 가서는 강의와 강의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저녁 약속이 없는 날에는 운동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한시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장 교수의 패션은, 열정은, 젊음은, 그의 학문적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젊음을 유지하는 그만의 비결을 물었다. 15년째 헬스클럽을 빠지지 않고 간다. 과하게 먹지 않고, 샐러드를 많이 먹는다. 스킨, 로션 등 화장품을 피부톤에 맞게 신중하게 고른다. 마스크팩을 자주 하고, 외출 시에는 선크림을 바른다. 패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중년남성을 위한 패션 잡지를 읽는다. 젊은 세대와 자주 어울리고, 젊은 층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다. 참, 부지런한 사람이다.

장 교수는 주위로부터 '교수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교수가 가지는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이미지가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도 교수다. 정말 '교수다운' 멘트를 했다. "젊어지려면 '쪽팔린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생각을 바꿔라. 손가락질을 받을 일이 아니고, 칭찬을 받을 일이다. '나이가 들었는데, 뭐 저래? 나잇값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나이가 들면, 나잇값을 해야 하는 사회는 개성이 없다. 사회가 성숙하려면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깔롱거리는' 교수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죠. 철들지 않는 중년이 되고 싶어요." '아재 파탈' 장 교수의 매력은 계속된다.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누네빛안과 박효순 원장
"무슨 의사가 연예인 같냐?" 동행한 50대 사진 기자의 푸념(?)이다. 파란색 계열의 정장, 강렬한 빨간색 넥타이. 사진 찍는 포즈를 보고 있자니, 한마디로 눈부셨다. 연예인 못지않은 모습에 부러웠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사실 처음부터 지고 들어갔다.
누네빛안과 박효순 원장. 52세다. 그의 '아재 파탈'의 매력은 단정함이다. 역설적이게도 '착한 옴파탈'이다. 박 원장 자신은 모범생이 아니라고 계속 항변하지만, 기자가 보기에는 전형적인 'FM(표준)'이다.
의사가 연예인 같다고?
패션은 신뢰이자 의무 같은 것그가 말하는 패션 철학은 신뢰이고, 의무다. 의사라는 직업인으로서 환자에게 신뢰를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깨끗하고, 젊게 보여야 한다. 지저분하고, 나이 들어 힘이 없는 듯한 의사를 좋아할 환자는 없을 테니까.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다. 일하는 장소에서 그의 패션은 신뢰다.

집에서 그의 패션은 의무다. 가족에 대한 의무. 산뜻하면서도 맵시 있게 입는 캐주얼 복장은 멋진 아빠이자 남편으로 보이기 위함이다(그의 아내는 한국 쇼트트랙계의 살아있는 전설 전이경 씨다).
그는 아직 중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 최면을 걸고 있다. 나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늙어 보인다는 말이 그렇게 싫단다. 왜? 아직까지 가야할 길이 멀다는 답이 돌아왔다. 일이든 가정이든. "노인성 질환이 많은 안과의 특성상 어르신 환자가 자주 찾습니다. 할머니 환자가 '또 봅시다' 하고 가셨어요. 그분이 다시 오셨을 때 저의 늙은 모습을 보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슬퍼하시지 않겠어요?" 그렇게 그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의사라고 해서, 명품 옷으로 패션 감각을 뽐낸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그는 주로 아웃렛 매장을 찾아 저렴한 옷을 구입한다. 패션에는 가격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가격보다는 단정함으로 신사의 품격을 중시한다.
대신 그는 건강하게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남자는 화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 얼굴과 몸으로 나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피곤하게 보인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잠도 푹 자고, 항상 웃는다. 비타민C는 꼭 챙겨 먹고, 요즘은 블루베리도 잊지 않는다. 담배는 오래전에 끊었고, 술보다는 차를 마신다. 두피 마사지도, 가끔 피부 시술도 받는다. 헬스, 수영 등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는 또한 그의 자랑이다.
"올해 초 병원 직원들과 약속을 했어요. 1년에 하나씩 약속을 정해서 실천을 하자고요. 저의 올해 목표는 허리 사이즈를 1인치 줄이는 거예요. 현재 32인치인데, 31인치로 줄인다고 직원들에게 말했어요." 아, 욕심도 참 많다.
자상하고 차분한 성격. 목소리의 톤은 낮다. 외모는 '시크'한데, 아주 친절하다. 슬픈 영화를 볼 때면 아직도 자주 운다는, 여전히 소년의 감성을 품고 있는 그다.

패션은 유쾌한 도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변신도 꾀해 볼 생각이란다. "넥타이도 노란색으로 해 보고, 의사 가운도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차이나 칼라'로 해 보고 싶어요. 환자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 위한 방법이죠."
박 원장은 "인생에서 많은 도전을 하고 싶어요. 사실, 패션의 변화는 제가 아직 젊다는 걸 일깨워주고, 자신감을 심어주죠. 젊다는 생각이 들면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주잖아요. 그래서 '젊은 패션'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과감한 패션을 보여 줄 겁니다. 계속해서 유쾌한 도전을 이어갈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중후한 멋보다는 20대의 젊은 스타일이 되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그는 누가 뭐래도 반듯한 남자다. 찢어진 청바지는 입을 수 없을 것 같지만, 또 다른 '아재 파탈'의 모습을 보여 준다. 최세헌 기자
사진=강원태 기자 w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