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천문화마을 구경하려면 지도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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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감천문화마을 입구에 단체관광객은 지도를 구매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성공적인 도시재생사업으로 부산 대표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는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이 단체관광객에게 '지도 강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달부터 단체 관광객들이 지도를 사지 않으면 마을을 볼 수 없는 운영 방침에 대해 '꼼수 유료화'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주민협의회는 "이달 1일부터 단체 관광객의 경우 지도를 구매하지 않으면 마을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15일 밝혔다. 2천 원 상당의 마을 지도 판매 수익금은 주민협의회 운영기금으로 적립된다. 마을 지도는 마을주민협의회에서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단체손님 지도 미구매 시
이달부터 마을 입장 불가
'유료화 꼼수' 질타 이어져


단체 관광객이 1인 1지도 구매를 원하지 않을 경우 마을 관람을 위해서는 마을 주민 해설사의 유료 안내를 받아야 한다. 90분 마을 안내에 10만 원(15인 단체 관람 기준)을 내야 한다. 일반 관광객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준 없는 차별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감천문화마을의 단체 관광객은 지난해 기준 4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관광업계는 지도 강매 방안이 유료화와 같은 의미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행사 대표 김 모(40) 씨는 "지도 구매를 의무로 하는 것은 사실상의 꼼수 유료화다"며 "주민협의체와 구청은 관광객들이 마을에 오지 말라는 건지, 마을이 관광지인 만큼 돈을 쓰라는 건지 이참에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형버스 4대가 주차할 수 있는 마을 주차장에는 이달부터 적용되는 지도 구매 의무 사항을 알지 못한 가이드들과 주민협의회가 마찰을 빚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지난 1월 감천문화마을은 유료화 논란에 휩싸이며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감천문화마을이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됐는데 도시 재생의 끝이 유료화냐는 비아냥거림도 쏟아진 것. 이에 사하구청과 주민협의회는 사실상 유료화 추진을 중단했다.

지도 강매 논란에 대해 주민협의회 전순선 부회장은 "단체 관광객들이 마을에 몰려들면서 마을 주민들의 삶은 사실상 사라졌다"며 "주민들의 삶은 지키고 진정성을 갖고 마을을 방문하는 손님을 배려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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