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묻지마 범죄의 근본적 대책과 차가운 관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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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환 동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최근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대책을 두고 논쟁이 난무하고 부산 등 다른 지역에도 유사범죄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에 대해 일부 여성들은 '여성혐오가 여성을 죽인 사건'으로 상징화하면서 여성혐오라는 이데올로기적 차원으로 접근하고, 경찰은 조현병 질환을 가진 묻지마 범죄라고 개인적 병리로 발표하였다. 행정부는 남녀 공동화장실을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여성부는 양성평등문화를 정착하겠다고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찰력의 강화가 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혐오의 상징으로 보는 구조적 시각은 올바른 접근이 아니다. 다수의 남성이 여성 혐오적 사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차별적 문화나 군 가산점 논란 등에서 나타난 남녀의 권리 다툼이 여성혐오로 잘못 인식된 측면이 있다.

여성들이 피해자가 많은 이유는 신체적 약자이므로 피해의 취약성이 크기 때문이며 범인들이 여성혐오적 사고로 죄를 범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응도 앰뷸런스식 대책으로 화장실 별도 설치나 양성평등문화의 확산은 묻지마 범죄의 근본대책이 아니며 또한 경찰력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는 예방 경찰의 능력 밖에 있기 때문이다.

묻지마 범죄는 정신질환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독자나 소외된 일반인도 하며, 범죄 사회학적 관점에서는 현대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개인적 측면 외에 사회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묻지마 범죄자의 대부분이 사회적으로 소외된 주변인임을 안다면 근본 대책은 사회정책의 올바른 정립에 있으며 그 하나가 관료제 상징의 인본적 해체이다.

강남역 사건의 범인이 약물을 중단했을 때 병원에서는 절차적으로 처리하였으며 더 이상의 사후관리도 개입도 없었다.

부산의 경우는 행정기관이 필요한 자료의 제출이 없다고 기초수급액을 삭감하자 반발한 데서 사건이 발생했다.

절차와 준법만을 중시하는 차가운 관료주의가 이번 사건의 은밀한 배경이다. 1960년대 급속한 경제개발을 위해 도입된 관료제는 이제 사회의 곳곳을 지배하고 있으며 능률성을 이념으로 하는 관료제하에서는 개인의 사정은 무시되고 관료적 절차가 목적화되어 사회적 약자의 소외구조는 강화되기 때문이다.

차가운 관료제는 인본적 관료제로 변화되어야 하며 그 매개체는 복지적 접근이다.

정신질환자가 병원 치료에 나타나지 않으면 관료적 대응으로 종결하지 말고 나오지 않는 이유를 개인의 욕구와 관련지어 살피는 의료복지가 법적으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서류가 부족하다고 기초수급액을 삭감하는 관료적 처리보다는 서류를 내지 않는 이유를 헤아리고 접근하고 찾아가는 인본적 상담과 복지가 법적으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불우한 출소자에 대해서는 출소 후에도 인권적 기초 위에서 사례관리를 통해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방안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묻지마 범죄의 대책은 일차적으로는 사회방위와 의료시스템 등 사회시스템의 정비가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 깊숙이 상징 권력화되어 있는 차가운 절차적 관료제를 따스한 인본적 관료제로 전환하는 법적인 제도화가 필요하고 주체적인 시민과 절제된 언론의 비판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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