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휴, 아래층 냄새 때문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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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는 한 주부는 지난해 말부터 아파트 창문을 제대로 못 열고 있다. 1층 상가에 입점한 미역국 가게에서 온종일 국을 끓이며 나는 비린내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비슷한 고통을 겪은 이 아파트 주민들은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주민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식당 측은 최근 수천만 원을 들여 냄새와 연기를 모으는 집진기를 설치했다.

주상복합 1층 미역국 가게
주민들 서명운동 벌이고
빵집 때문에 윗집들 분통

층간 냄새 분쟁 민원 급증
생활 악취 처벌 규정 없어

부산 금정구 구서동의 한 아파트 2층에 사는 시민 이 모(42) 씨도 지난해 가을부터 아침저녁으로 풍겨오는 빵 굽는 냄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아파트 1층 빵집에서 매일 오전 8시, 낮 12시, 오후 5시마다 빵을 굽는데, 창문을 통해 끈끈하고 더운 바람이 올라오는 것이다.

이 씨는 "빵 굽는 냄새가 좋을 것 같지만 환풍구를 통해서 올라오는 것은 전혀 다르다"며 "수차례 금정구청 담당 부서에 문의했지만 답변은 '냄새와 관련한 법령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층간소음에 이어 '층간 냄새'를 호소하는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주상복합 아파트를 비롯해 주거지와 상가가 밀집한 지역에서 냄새로 인한 항의가 잇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생활악취에 대한 규정이 없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환경부 환경통계 포털에 따르면 전국의 악취 민원 접수 건수는 2003년 2천381건에서 2013년 1만 3천103건으로 10년 새 450% 증가했다. 식당, 음식점 등과 같은 비규제대상 사업장 악취 민원도 2003년 466건에서 2013년 3천478건까지 646% 급증했다.

규제대상 사업장이란 악취방지법상 악취배출시설로 분류한 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카페나 음식점, 세탁소 등은 악취배출시설로 분류되지 않아 행정 처분을 받을 법적 근거가 없다.

부산시가 접수한 악취 민원 건수도 2013년 332건에서 2015년 424건까지 늘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악취 민원의 10~20%가 비규제대상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냄새 민원"이라며 "세탁소·음식점 등과 같은 비규제대상 사업장 민원에 대해서는 구·군 직원들이 계도나 행정지도를 하고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은 현행 악취방지법이 주로 산업단지 악취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비롯되는 것이다. 악취방지법은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생활악취 개선을 위한 규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생활악취 관련 법을 만드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규제를 없애는 게 추세인데, 냄새를 모으는 덕트 시설이나 악취 저감 장치를 의무화하는 법을 무작정 만들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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