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로에게 길을 묻다] 1.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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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인구 '부울경 통합 경제권'으로 위기 극복해야"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이 집무실에서 어려움에 처한 지역 경제계를 향해 "어려울수록 정도를 걸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동남권 경제의 주력인 조선과 철강 석유화학 산업이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고 있다. 지역 산업계의 주요 시장이었던 중국의 경기도 식어가는 등 대외 변수도 예측 불가능한 상태다.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지원해야 할 정치권은 사안마다 알력을 빚으며 오히려 경제에 짐이 되고 있다. 유례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자칫 경제 주체들이 자신감을 잃고 위축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 원로에게 길을 묻다' 연속 인터뷰는 수많은 위기와 어려움을 뚫고 튼튼한 기업을 일구어 온 지역 경제의 원로들로부터 미래를 보는 통찰과 어려움을 이기는 지혜를 듣기 위해 마련했다.

위태롭고 급한 상황에서 항심(恒心)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위급함 속에서 정도(正道)를 걷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협착한 길이 종국에는 활로(活路)라는 것이 동서고금에서 증명된 지혜다.

R&D 인력 확충·제품 개발·투자
위기에도 핵심 역량 키우는 데 집중

9년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역임
삼성차·선물거래소 유치 노력
부산 산업구조 변화의 발판 마련

주력산업 벗어나 신성장 동력 발굴을
부울경 연계 발전 논의도 필요

주력 산업이 구조조정의 격랑에 휩싸이면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지역 경제계에 던진 넥센타이어 강병중(77) 회장의 첫 조언은 "어려울수록 정도를 걸으라"는 것이었다. 작금의 위기를 돌파하고 더 큰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일부 경쟁사는 혼자 살아남기 위해 제품을 대량으로 덤핑 판매하며 시장을 교란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변칙적인 대처는 거래처와 소비자의 혼란을 일으켜 스스로 망하는 길이 되고 말았다"고 회고했다.

일부 조선사와 기자재업체들에 뜨끔한 죽비소리다. 경쟁적으로 저가 수주에 앞장섰던 조선사들이 법정관리 신청을 하거나 구조조정에 내몰린 것을 보면 강 회장의 충고에 엄중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는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전통을 자랑하던 세계적인 기업들이 사라지고 실물경제가 동반 침몰하면서 정말 큰 위기감을 느꼈었다"면서 "당시 위기 속에서도 R&D(연구개발) 인력 확충과 제품 개발, 신규 투자 등 회사의 핵심역량을 키우는데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강 회장의 말대로 넥센타이어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창녕공장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결정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위험을 무릅쓴 창녕공장에 대한 투자는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경영 격언이 옳았음을 입증시켰다. 세계 금융 위기가 잦아들면서 창녕공장은 넥센타이어가 급성장하는 데 디딤돌이 됐다. 강 회장의 충고에 특별한 진정성이 묻어나는 것은 수많은 위기를 헤치고 기업을 급성장시켜 온 이런 경험 때문일 것이다.

강 회장은 당분간 지역 경제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과 유럽 위기 재발 우려에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국의 성장 둔화가 세계 경제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호재로 여겨졌던 저유가와 원부재료의 가격 하락도 오히려 가격 인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또, 세계 주요 국가들이 자국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환율 전쟁에 나서고 있어 수출 환경이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조선, 철강, 전자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들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그 여파로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오던 수출도 지난해부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내수 또한 과도한 가계부채에 짓눌려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회장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수차례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통해 대응 능력이 향상되고 대외 경쟁력도 아직까지 탄탄하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그러면서도 "지역 경제의 주체들도 주력 산업에만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발굴해야 한다"면서 "특히, 부산·울산·경남 지역 간의 연계 발전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넓게 보고 미래를 준비하면 지역 산업구조를 더욱 고도화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경제계를 위한 이런 충고 역시 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강 회장은 1994년부터 9년 동안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하면서 선물거래소(현 KRX)와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설립을 견인하면서 지역 경제의 질적 도약을 이끌어 낸 경험이 있다. 그는 "1960~1970년대 부산 경제의 주축이던 합판, 고무 등 전통 산업이 위기를 겪으며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이 절실했다"면서 "자동차와 금융 산업을 유치하면서 부산의 산업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꿨듯이 이제 새로운 성장 산업을 준비할 때"라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자동차 유치는 부품소재산업을 발달시켜 부산 제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선물거래소 부산 유치는 현재 한국거래소 본사의 부산 유치와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예탁결제원 등 금융 공기업이 대거 부산으로 이전하는 계기가 되어서 부산이 국제금융 도시로 발전하는 초석이 됐다.

그는 또 동남권 통합 경제권에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을 구하고 있다. 그는 "부산과 인근 지역인 울산 양산 창원 거제 등과 합치면 인구 800만 명이 돼 서울과도 견줄 수 있는 내수 경제권을 확보하고 지역 산업 간 시너지 효과를 확보하게 된다"면서 "부산·울산·경남 3개 시·도가 일본의 간사이처럼 협의만 잘 된다면 사업의 효율은 높이고 낭비는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지역 간 갈등 양상으로 변하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강 회장에게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는 "동남권의 항공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김해공항으로는 한계에 봉착해 신공항이 빨리 건설돼야 한다"면서 "세계적인 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한 만큼, 정치적 갈등이나 지역감정을 유발하지 않고 상생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강병중 회장은…

1939년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에서 태어났다. 20대 때 운수업에 뛰어들었고, 흥아타이어를 설립했다. 우성타이어를 인수해 넥센타이어로 이름을 바꾸면서 초우량 기업으로 키워냈다. 현재 넥센타이어와 KNN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1994년부터 9년 동안 제15, 16, 17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삼성자동차 부산 유치, 선물거래소 부산 설립, 수도권 정비법 개정, 녹산국가산단 활성화 등 굵직한 지역 현안을 성사시켰다. 동남경제권의 협력과 상생, 서부경남 대도약 등 지역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국립 동카자흐스탄 대학교에서 명예 경제학 박사, 부산대학교에서 명예 경영학 박사, 동아대학교에서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금탑산업훈장, 2011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상, 2012년 다산경영상, 진주시민상, 수출 7억 불탑을 받았고, 2014년 21세기 경영인클럽 21세기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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