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권 30만 원~" 대학가 '강의 매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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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수강신청 선착순 마감의 그늘

"'글로벌영어2' 비싸게 삽니다."

올여름 졸업을 앞둔 부산대생 A 씨는 여름 계절학기 신청 기간이던 지난 19일 다급히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와 같은 제목의 글을 올렸다. A 씨는 "이번에 꼭 졸업해야 하는데, 필수교양 과목 수강신청에 실패해서 강의를 사고자 한다. 팔 생각이 있는 분은 꼭 연락 달라"고 남겼다.

수강 신청 때만 되면 반복
졸업 예정자 등 구입 씁쓸
"학칙상 처벌 규정은 없어"

이윽고 A 씨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A 씨가 찾는 강의를 무려 '30만 원'에 팔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게시판에 "급한 마음에 강의를 사겠다는 글을 올렸는데, 이렇게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수강 신청에 실패한 학생과 성공한 학생 간에 강의를 사고파는 이른바 '강의 매매'를 놓고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들끓고 있다.

대학가 수강과목 매매는 2~3년 전부터 성행하고 있다.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강의를 5만~10만 원씩에 사고판다. 판매자가 수강 신청을 철회하는 즉시, 수강권을 산 학생이 그 자리에 재빨리 들어가는 방식이다. 애초에 수강할 생각이 없는 학생들이 해당 과목들을 선점했다가 돈을 받고 자리를 내주기도 한다.

부산대 관계자는 "학칙상 강의를 사고파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강의 매매까지 벌어지는 건 강의 수요·공급의 불균형과 선착순 수강신청 때문이다. 취업난으로 일명 '학점 따기 좋은 강좌'가 인기를 끌고,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소문난 상경계열을 복수전공·부전공으로 선택하는 학생이 대거 몰리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강 신청 전쟁이 벌어지기는 서울 등 다른 지역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일부 대학들은 수강 신청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미국 아이비리그 일부 대학 등의 수강신청 '입찰제(bidding)'를 도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민소영 기자 mi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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