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신공항' 산봉우리 얼마나 깎나] 정부 용역 27개 깎으라는데 TK는 "3개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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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신공항' 산봉우리 얼마나 깎나

신공항 밀양 후보지의 절토 대상 산봉우리 수에 대한 고무줄식 해석이 최근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어 의혹을 사고 있다. 사진은 2011년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오광중 교수가 밀양 후보지 인근 산봉우리 절토 상황을 그래픽으로 표현한 모습. 부산일보DB

"밀양 후보지에 신공항을 지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산봉우리를 깎아내야 하는 겁니까."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최근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17일 대구·경북·경남·울산의 광역 단체장들이 밀양에 모여 밀양 신공항 조성을 요구하고 나선 데다 마침 같은 날 대구지역 언론에서 밀양 후보지 신공항 조성을 위한 절토 대상 산봉우리 개수를 대폭 줄여 언급했기 때문이다.

공항 건설 절토 대상 봉우리
대구 언론 "대폭 줄여도 돼"
큰 봉우리에 작은 것 합쳐서
12개·7개·4개 '억지' 주장

정치적 배경 있나 의구심 커져

■12개 혹은 7개 혹은 4개 혹은 3개?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밀양 신공항 후보지에 4개 단체장이 모인 '정치적' 행위는 차치하고서라도 갑자기 절토 대상 산봉우리 개수를 대폭 줄여도 된다고 하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이것이야말로 잘못된 신공항 유치운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7일 대구지역 한 언론은 '경상남도가 국토부에 제출한 신공항 건설계획에 따르면 절토가 필요한 산봉우리는 7개에 불과하며 지자체별로 보면 경남 창녕 2개, 밀양 1개, 김해 4개에 그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경남이 적극적으로 국토부에 산봉우리 수를 7개로 줄인 신공항 건설계획을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얘기다.

해당 언론은 한술 더 떠서 '이마저도 큰 봉우리에 딸린 작은 봉우리를 1개의 산으로 묶으면 김해의 절토 산봉우리는 1개로 줄게 돼 실제 절토가 필요한 봉우리는 전체 4개에 그친다는 것이 경남도의 주장'이라는 내용까지 싣고 있다.

대구지역의 또 다른 언론은 절토 대상 산봉우리를 더욱 줄인 주장을 실었다. 이 언론은 지난 2월 밀양 신공항 후보지 인근 산봉우리 3개만 절토하면 신공항을 지을 수 있도록 대구시가 '항공학적 검토'를 동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용역에 포함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작은 산봉우리를 묶는다는 내용조차도 없이 산봉우리 3개 절토만으로 항공기 운항이 가능하다는 식의 보도를 한 것이다. 같은 보도에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장애물 기준을 적용하면 12개의 산봉우리를 절개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정부 용역 공식 조사 결과는 27개

이같은 주장은 2011년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용역 결과에서 밝힌 내용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2011년 당시 정부 용역을 맡은 국토연구원은 밀양 신공항 후보지는 김해지역 산봉우리 19개, 경남 창녕 산봉우리 7개, 밀양 산봉우리 1개 등 모두 27개의 산봉우리를 깎아내야 하며 절토면적은 199만㎡, 절토량은 1억7천여만㎥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활주로 2개짜리 공항을 밀양 신공항 후보지인 하남읍에 만들 경우 항공법에 따라 최소한의 안전높이를 상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다.

정부가 전문적인 용역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이 같은 절토대상 산봉우리 개수가 불과 5년 사이에 12개, 7개, 3개 등 주먹구구식으로 언급되고 있는 이 상황에 대해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일단 국토부 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ADPi(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가 세계적인 공항을 설계하고 운영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에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반영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 용역 결과를 뒤집는 주먹구구식 주장들이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 자체가 모종의 정치적 배경이 깔린 것은 아닌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박인호 가덕신공항추진 범시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는 "앵무새처럼 '유치경쟁 위반' 주장만 되풀이하는 대구와 경남은 주먹구구식 산봉우리 절토 숫자에 대해 어떤 전문가가 어떻게 연구해 나온 결과인지를 구체적으로 해명해야 한다"면서 "국토부도 2011년 용역 결과에 반하는 이같은 주장들이 과연 타당한지 여부를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윤·이자영 기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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