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기술료 소송서 국책硏 누른 강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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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녹산산단에 위치한 테크로스 전경. 테크로스 제공

선박 평형수 처리 장치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테크로스(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북로)가 거액의 특허기술료 지급을 둘러싸고 국책 연구기관을 상대로 벌인 법정 소송에서 사실상 최종 승소하며, 향후 수백억 원의 로열티 부담을 덜게 됐다.

17일 테크로스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해양과학기술원(해양과기원)이 테크로스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기술료 지급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선박 평형수 처리 세계 1위
부산 기업 '테크로스'
해양과기원 상대 최종 승소
법정다툼 끝내고 날갯짓 준비


사건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육상 하수 처리 분야 전문기업으로 출범한 테크로스는 2004년 선박 평형수 처리 장치 시장 진출을 위해 해양과기원과 계약을 맺었다. 해양과기원이 특허 출원 중이던 선박 평형수 처리 기술에 자사의 육상수 처리 기술을 활용하는 대신, 선박 적용 등 관련 노하우를 지원한 해양과기원이 특허권을 갖기로 한 것.

해양과기원은 선박평형수 전기분해 소독장치의 전용실시권을 테크로스 측에 주고, 그 대가로 2025년까지 매년 전해모듈 제조·판매로 발생한 매출액의 3%를 기술료로 받기로 했다.

하지만 국제해사기구 규정에 따라 평형수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 계약 내용은 성장 가도를 달리던 회사의 발목을 잡았다. 테크로스는 지난해 915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18.5% 성장했다.

테크로스 측은 "현재 우리 회사 제품은 자체 연구 개발한 기술로 생산하고 있는데, 해양과기원이 주장하는 대로 특허 실시 여부와 상관없이 전체 매출액의 3%를 2025년까지 지급할 경우 장기적으로 회사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양과기원은 "테크로스는 2004년 해양과기원의 지원을 받아 평형수 전기분해 장치의 시험설비 납품을 수주하기 전까지는 육상수 전기분해 장치만을 제조해왔다"며 반박했다.

양측은 기술료 산정을 두고도 마찰을 빚었다. '매출액의 3%'라는 문구 해석을 놓고 테크로스는 "전해모듈 판매로 발생한 매출액의 3%"라고 주장한 반면 해양과기원은 "전해모듈만 따로 판매된 적이 없으니 총매출액의 3%를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해양과기원은 결국 2012년 9월 기술료 청구소송을 냈고, 2014년 10월 1심 재판부는 테크로스 측에 "기술료 12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 이긴 해양과기원은 청구액을 81억 원으로 올려 항소했다.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
테크로스 측은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맺은 특허 자체를 무효화하는 방식으로 '반격'에 나섰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허가 무효로 되면서 계약 사정이 변경됐다고 볼 수 있다"며 "2013년 4월 테크로스의 계약해지 통지 이전의 기술료 8억여 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해양과기원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4년간의 법정 공방은 사실상 테크로스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테크로스 관계자는 "세계 시장으로 도약하는 데 쓰였어야 할 회사 역량을 국책연구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 대응에 소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임직원이 심기일전해 지속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로 선박 평형수 처리 시장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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